나는 비염이 늘 있어서 365일 코맹맹이 소리로 다녔다. 바람불면 콧물, 비오고 쌀쌀하면 콧물, 더우면 코막힘, 추워도 코막힘, 코는 늘 내 몸에서 가장 힘든 부위였다.
엄마가 젊은 시절 축농증으로 몇번 수술한 적이 있다고 했으니 나도 코가 안좋은 건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신혼여행 때 떠난 푸켓의 쾌적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루이틀이 지나니 아토피와 비염이 싹 없어졌었지...
결국 환경에 의한 질병이라 어쩔 수 없이 같이 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염, 축농증 이야기를 들으면 '아유 별거아닌데 참 괴롭지 그치 나도 알아' 하며 공감하곤 했었다.
주말에 큰 누님과 통화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직업병으로 귀에 들어오는 질병을 막 검색...
"축농증이구나. 아 그런데 일반 병원에서는 수술을 못하고 큰 병원 가야된다고? 접형동 부비동염? 뇌랑 연결? 신경???"
큰 형님은 실손보험도 없으신데 어쩌지 걱정이 앞서며 검색해보니 접형동 부비동염은 흔한 축농증이 아니다.
부비동은 우리 얼굴 내부에 있는 동굴들이다. 코 주변에 여러개의 동굴이 있는데 각기 이름이 다르다.
접형동이라는 동굴은 눈과 뇌와 각종 신경들이 지나가는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동굴이다..
여기에 염증이 생겼는데 길고 긴 항생제 복용에도 차도가 크게 없어서 정밀 검사 사진을 찍어보니 낭종과 같은 혹이 보인다고 했다.
결론은, 일반적인 압박통(누르는 것 같은 통증)을 불러오는 일반적인 축농증이 아니라, 눈과 두통, 치통 등 얼굴 전체에 고통을 주는 통증이 항생제로도 낫지 않는 접형동 부비동염이라는 질환이 있는데, 여기에 혹이 더해지면 더욱 치료가 쉽지 않다...
뇌과 신경이 근접한 부위라서 동네 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고, 대형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실손보험이 없으면 수술비 특약이라도 있어야 보상받을 것이 있을 텐데..
한정된 돈에서 가장 큰 위험만 마련하다보면 수술비는 빼고 암, 뇌, 심장 진단비만 구성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큰형님의 암보험을 내가 진행했는데.. 보험료가 좀 오버되더라도 수술비를 적극 추천했어야하나 잠시 후회아닌 후회가 밀려온다.
수술비는 보험료 예산이 맞거나, 요청하는 분들께만 진행해드렸다. 최소보험료로 가장 중요한 것만 가져가겠노라...한다면 수술비를 뺄 수 밖에 없었다.
한 만원 정도 더 높여서 수술비 특약 라인들을 더하라고 두번 세번 말씀드려볼껄..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리에 맴돈다 ㅠㅠ
비염과 축농증은 사촌지간 같은 느낌이다. 뜻하지 않게 큰 형님께서 부비동염으로 고생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내 숨구멍을 막았다 열었다 하는 콧속의 살덩어리도 두려워진다.
항생제로 사그라 들어주라, 부비동염... 우리 큰형님 더 괴롭히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