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검과 절제술의 차이
최근 상담에서
대장용종을 건강검진 때마다 발견하고
제거해온 분들을 꽤 만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폴립이나 용종(둘다 혹이다)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고
2년 주기로 내시경을 하는데도
매번 3개씩 나오는 사람도 있다.
병원에서는
수면 중 간단하게 제거하니
안내도 간단하게 하지만
보험회사는 다르다.
대장용종, 결장폴립 모두
대장에 생기는 혹을 부르는
각기 다른 유형의 이름인데
혹이 한번도 없었던 사람과
매번 혹이 생기는 사람을
똑같은 가격으로 가입해주는 것이
보험회사 입장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혹이 착하면 가만히 있겠지만
나쁜 물 들면 암까지 갈수도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텐데
누구나
보험가입 시에는 늘
"아니 이거 뭐 대수라고"
하곤 한다.
나는 그냥 들어줄 뿐..
보험회사의 빅데이터를
설계사인 내가 또는
의사 아닌 가입자가 우겨서 이길수는 없다.
의사선생님 고객은 우긴 적이 없다.
이미 빠삭하게 다 아신다.
암이나 수술비가 들어간 보험에 있어서
용종이나 폴립을
제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혹이 한번도 안 생긴 사람과
똑같은 가격으로 가입하긴 어렵다는 것이
핵심.
(아주 많은 간편보험 대안들이 있어서
큰 손해는 아님)
<나 아닌 내 고객의 이야기>
건강검진 내시경 도중
대장용종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가입해 두었던 보험들을 살펴본다.
혹을 떼어낸 행위에 대한 비용은
실비에서 나온다. 오케이 좋아.
수술비를 받았다는 사람이 있다.
나도 수술비가 가입되어 있던가?
살펴보니 있다!!
와 50만원이나 된다.
안아픈데,
자면서 검사만 받았는데
보험이 나온다고?
매월 내는 보험료가
매번 아깝다 여겨졌었는데
이제야 뭔가 나도 받는게 생기는군!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용종의 검사결과도 별다른 이상없는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혹이라고 들었다.
설계사에게 연락한다.
수술확인서와 진료비세부내역서를
주면 된다고 한다.
오케이 문제없지!
"수술확인서 못드려요. 수술 아니구
검사만 하신거라서요."
놀라운 답변을 듣는다.
아니, 용종 있었다면서요...!
떼어내서 검사했다면서요...!!
좋았던 기분이 착잡해진다.
설계사에게 연락한다.
<다시 나>
고객과 통화를 끝내고
서류를 받아서 살펴보았다.
"용종...너 뭔데 이렇게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해.."
이건 내 고객의 푸념이기도 하고
소소한 삶의 기분 좋은 단편을 기대했던
나의 푸념이기도 하다.
내가 기대하는 기분 좋은 단편들은,
내 고객들에게 무언가
의료적인 사건이 생겼을 때
마침 알맞은 보장이 있어서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다.
고객도 나도
안심하는 마음으로 통화를 마무리하는 게
매일의 내 작은 소망.
그런데
용종, 너 이상한 혹 너 말야.
네가 왜 내 고객도 나도
들었다 놨다 하는 거냐구.
핵심은 이거다.
진료비세부내역서에
생검 또는 포셉(forcep) 이란 단어가 있으면
수술이 아니다.
수술비 보험이 안나온다.
치료재료대. 수술이 아니다.
실제로 용종을 떼어내는 행위를 했다면
절제술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 때에는 수술확인서가 당연히 나온다.
"용종이 있었어요"
병원에서 들었어도
생검을 했다면 조직검사만 한 것이고,
떼어냈다면 절제수술을 받은 것이다.
아, 포셉은
의료용 핀셋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한 고객은 생검 실비 청구만 하였고,
다른 한 고객은 여러 회사로 수술비를 청구하여
100만원 정도 받았던가..?^^;;
생검과 절제술의 차이는
우리는 모른다.
내시경 카메라로 혹을 발견한
의사선생님만 아시는 것.
검진 후 보험 청구되는 것인지 궁금할 땐,
"수술확인서 나오냐" 고 물어보면
아주 간단하게 알수 있다.
혹, 넌 대체 뭐니.
혹인데 혹 아닌 취급을 받기도 하고
떼어내면 또 생기기기도 하고
너의 그 나쁜 맘 때문에
암보험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