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토린과 세레타이드
연휴 전 우리집 귀여운 고양이님들의 털날림으로 나의 기관지가 급속도로 힘들어하여, 사무실 근처 병원에 방문하였다.
천식도 사람에 따라, 증상에 따라 약이 매우 다른데, 나는 고양이털 알레르기로 인한 기관지의 예민반응이 있었다.
고양이털 알레르기라고 알고 있었지만, 얼마전 어떤 영상에서 보니, 고양이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털을 정리하며 묻은 고양이들의 침 속 당단백질이 나같은 사람들에게 예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영상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집 냥이들이 나에게 하는 애정표현 중 촉촉한 코를 맞대거나 내 손을 핥아주는 것이 있는데, 그렇게 촉촉함 뒤에 내 피부는 빨갛게 부풀어 오르곤 한다. 콧물과 침에 뭔가가 있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고양이털 알레르기도 결국 그것이 원인이었다니..!
여튼 나같은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나니 말이다.
친절하다는 평을 보고 찾아간 병원의 여자 선생님이 물었다.
서로의 대화는 마스크 위 눈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친정에는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스무살 냥이어르신이 아직 부모님과 절친으로 지내고 있고, 지금 내 집에는 남편과 절친이 된 여섯살짜리 두 냥이친구들이 있다. 최대한 내가 청소와 환기, 끌어안고 얼굴 부비지 않기 등등으로 관리하며 살 수 있다고 본다. 이럴 때 고양이를 남몰래 유기하는 사람은 해결방법을 잘못 찾은 사람이다.
벤토린과 세레타이드 처방이 있었다.
벤토린은 기관지를 일시적으로 넓혀주어서 가빠진 숨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치료효과가 아닌, 일시적인 완화기능만 있다. 그래서 벤토린 약물의 효과가 떨어지면 다시 숨이 가빠진다. 결국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벤토린은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증상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의사선생님들께서는 벤토린을 응급 시 사용하라는 말과 함께 주시곤 한다.
아주 가끔 숨이 차다면 벤토린 만으로 해결이 되겠지만, 나처럼 알레르기 요인이 집에 항상 있는 사람들은 벤토린만으로는 힘들 수 있다.
아토피 부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듯, 자꾸만 예민반응을 하는 기관지에도 스테로이드를 발라 진정시켜야 한다. 그럴 때 쓰는 것이 세레타이드이다.
세레타이드는 증상이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라는 권고를 늘 받는다. 기관지에 도포된 스테로이드가 일정기간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원인물질에 따라 증상이 다르니 '언제까지 쓰세요', '언제까지는 괜찮을 겁니다', 란 말은 들을 수가 없다. 내가 알아서 판단해야한다.
먹는 스테로이드 보다 이렇게 직접 기관지에만 닿게 하는 스테로이드가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입안에 곰팡이균이 생길수 있다고 하여 세레타이드같이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사용하면 꼭 입을 헹궈주어야 한다.
연휴가 지난 뒤 약국에 약을 받으러가니, 어라? 내가 보아오던 익숙한 세레타이드가 아니다.
다시 가서 약국에 얘기하였으나, 새로운 세레타이드의 사용방법을 잘 모른다 한다. 의사선생님께 새 약의 사용방법과 주의점을 들으러 방문하였다.
여자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처방해주겠노라 들은 것은 세레타이드 디스커스라는 버전이었는데, 실제로 처방전에 적힌 것은 세레타이드 에보할러이다. 아마도 전산에서 약물 선택 시 잘못 클릭하셨을 수 있다. 같은 이름으로 여러 버전이 있으니 말이다.
나를 진료했던 의사선생님은 하필 휴무셔서 다른 남자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조금 당황하신 눈빛이 있다. 컴퓨터 화면의 무언가를 읽고 답변해주신다. 그리고 내가 준 새로운 세레타이드의 케이스는 개봉되어 있다. 아아,, 뜯어서 사용안내문을 읽으셨나보다.
성분은 거의 동일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주의할 사항이 없냐는 질문에 예전것과 동일하다는 말씀으로 살짝 두리뭉실하게 말씀하신다. 그럼 내가 아는 것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자.
내가 방문한 병원은 사실 투석환자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병원이라, 천식 진료는 많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의사라고 해도 모든 질병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새로운 케이스가 생기면 검색하고 찾아보고 알려주는 것이겠지.
내용을 확인한 의사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셨고, 성분이나 함량은 거의 비슷한 것 같아 더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하였다.
의사선생님도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실수를 수습할때 어떤 자세로 어떤 노력을 해주시는 지가 참 중요하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그 밑에 환자에게 공감해주고 안심을 줘야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선생님과 남자선생님은 실수가 있었더라도 다음에 또 방문하면 더 잘 봐주실 것 같은 그런 친절도와 신경써주심이 높은 분들 같았다.
모든 것이 전산화되고, AI화 되어가는 시대이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는 감정이란 게 있으니 그것만은 절대 잃으면 안되는 것이란 걸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일해야지. 나를 만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 그래도 안심되는 사람이야', 하는 생각이 들게 일해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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