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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21. 2023

심장이 뛰는 일을 찾았다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

어느 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지극히 평범한 나는, 나의 일기 제목 <적당한 나의 일기>처럼 아주 적당한 삶을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적당한 외모에, 적당한 공부에, 적당한 성격에, 적당한 학교에, 적당한 직장에, 그리고 적당한 신랑감을 만나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했고, 적당히 아들 둘도 낳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적당히 잘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가끔 생각한다.  신은 나에게 무엇을 주셨을까.


이렇게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 정도, 아주 평범한 나의 삶 돌아보면 어떤 특별한 특기도 없고 뭔가 뛰어나게 사람들보다 잘하는 것도 없 그저 무난한 삶을 주신  같았다.

누구는 그러더라. 평범하고 보통적인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그래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나는 아주 적당한 삶 속에서 적당한 행복을 누리며 40여 년의 생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불혹 不惑 : 미혹되지 아니함


우리는 40살을 불혹이라 부른다. 

어떤 것에 정신이 팔려 흔들리지 않고 갈팡질팡 헤매지 않는

나이라서 불혹이라 부른다.


그런데 나는 흔들렸다. 정신이 팔려 심장이 마구 뛰는 일을 찾은 것이다.


40살이 되던 해, 뭔가 인생의 반을 산 느낌이 들며, 이대로 그냥 이렇게 살다가는 너무 무의미한 삶으로 재미없게 마무리가 될 것만 같인생 시즌 2를 시작하는 점인 이때 무언가 새롭게 배우거나 시작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뭔가 창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거나 취미지만 뭔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익한 그런... 그때 한창 유행했던 바리스타 자격증이나 꽃꽂이를 배울까? 이런저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집 주변을 산책하는데 새로 들어온 상가 건물에 걸려있는 현수막 하나 눈에 들어왔다.


[취미 일러스트 수강생 모집. 초보반. 주부반 대환영]


일러스트? 그림? 주부도 대환영?

순간 심장이 뛰었다. 정말 미칠듯한 심장이 뛰는 , 처음 경험했던 심장 박동수였다.


심장이 뛰는 일을 하라고 누군가는 항상 얘기들 하지만,

심장이 뛰는 일이란 게 어떤 느낌인지 그날 저녁 깨달아 버렸다. "바로 이거야!!"

상가 전화번호를 메모하고 블로그를 검색해서 수강문의를 남겼다. 내가 처음 질문 했던 질문도 기억이 난다.


"저는 그림 ㄱ 도 모르는데도 그림을 그릴 수 있나요?"


전화기 너머의 선생님은 아주 흔쾌히 "당연하다, 줄 기부터 한다"라고  했다. 줄 긋기부터 시작이라면 무조건 해야겠다결심했고, 그날 이후 스케치북 하나와 연필 한 자루 들고 진짜 줄부터 그어가면서 그림을 한 장씩 그려나갔다.


줄은 형태가 되어갔고, 형태엔 색이 채워졌다.

채워진 색들이 만들어내는 나의 그림들이  한 장 한 장 늘어갈 때마다, 드디 나의 적당한 삶에도 한 가지 "짜릿하고 성취감"있 일상이 생겼음을 기뻐했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예술적 감각이 있거나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묵묵히 꾸준히 수년을 이어오고 있는 그림들이 이제는 나의 활력소이자 때론 현실 도피처이자 때로 심신안정제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신에게 다시 물어본다. 내게 무엇을 주셨는지.

그날 저녁 나에게 상가 건물의 현수막을 보게 해 주셨음

감사드리며 그때 현수막을 크게 내걸어주신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그림 기초 연습의 하나, 동화책 그림을 모사. 도움이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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