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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30. 2023

전기장판 아직 트세요?

비가 시원하게도 내뿌렸던 주말을 지나고 달력을 보니 이제 어느덧 6월의 달력을 넘겨야 할 날이 다가온다.

뭐 했다고 벌써 6월이야, 그러면서 일어나 내 침대의 전기장판 불을 끈다.


전기장판을 아직도 트냐고 물으신다면,

예... 아직 자기 전 그리고 동트는 새벽녘 잠시 온기를 위해 틀고 자곤 합니다.


체질상 추위를 엄청 잘 타는 체질에 손 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을 평생 달고 살다 보니 7-8월의 웬만한 한여름 무더위를 제외하곤, 나는 거의 매일 추위를 느끼며 1년을 보낸다.

그렇다고 유난스럽게 내복을 껴입는 것도 아니요 , 그렇다고 계절감각이 떨어져 두꺼운 옷만을 입는 것도 아니요, 철이 바뀌면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옷도 바꿔 입을 줄 알지만, 이 몸뚱이가 계절의 추위에는 참으로 민감하여 조금의 찬기운이 들어도 추워서 몸을 움츠리곤 한다.  


"어휴 추워~ 춥다 추워"


5월의 한날에도  춥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니 남편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매번 두꺼운 옷을 입거나 내복을 입으라고 잔소리를 해대지만 또 그러기는 싫단 말이지. 달력의 날짜상 따스함이 다가오는 계절이다 보니 비록 내 몸은 춥더라도 옷만큼은 가벼이 입고 싶은 마음이라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는 어중간한 시기인 것이다.  그러니 아직 전기장판에 내 몸을 데울 수밖에.

잠을 청할 때라도 노곤히 자고픈 마음에, 그리고 일어났을 때도 약간의 온기가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 아침 저녁 잠이 들기 전 또는 새벽에 온기를 데우기 위해 아직도 전기장판 불을 켠다.


지난 주말과 같이 이렇게 비가 추저리 내리고 나면 봄기운에 잠시 데워졌따뜻했던 땅기운이 식어 어디선가 찬 바람이 내 몸을 파고들기에, 어제도 오늘도 전기장판에 몸을 데워 잠을 청했었다. 따스함이 그리워질 만도 한데, 날씨는 내 마음을 참 몰라주는 듯하다.


이러다 어느 순간 덥다고 팔을 걷는 날이 금세 오겠지만 말이다.


달력을 미리 넘겨본다. 6월이구나.

가을 겨울 봄, 3 계절을 지나며 열심히 몸을 데워줬던 전기장판을 이제 6월이 오면 이불장 속으로 정리해보도록 해보자.

그때는 춥다 소리는 하지 않아야겠지, 날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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