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앨범에서 낡고 빛바랜 엽서 3장을 발견했다. 1978년 6월 어느 날, 일본에서 온 엽서다.
한 장은 바닷가 등대 사진, 한 장은 어느 강 다리의 사진, 한 장은 젖소 목장의 사진.
사진으로만 봐서는 언뜻 어디서 누구에게 온 건지 모를 낡지만 아주 보관이 잘 되어있는 엽서다.
시간 여행을 잠시 해본다.
1978년 6월, 아버지는 일본 출장을 가셨나 보다.
2살 배기 막내딸이 눈에 선하셨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막내딸에게, 이제 겨우 오물오물 말을 했을법한 딸에게 이렇게나 엽서를 보내셨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목장의 젖소 사진이 있는 엽서를, 푸른 일본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바다 사진의 엽서를, 도쿄 성의 다리 사진의 엽서에 맛있는 것과 장난감 많이 사가겠노라는 약속을 담은, 일본의 나무와 숲은 푸르러서 부럽다고, 나의 재롱이 눈에 선하다면서 아빠는 건강하다는 안부를 전하는 엽서를 보냈다.
얼마나 딸을 사랑하고 예뻐했을지 이 3장의 짧은 엽서 사진과 글귀에 듬뿍 묻어났다.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옷장 구석에 있던 오래된 나의 앨범 속에서 발견된 엽서.
아마 엄마가 이렇게 붙여놓으셨나 보다. 이렇게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하고 보라고.
자라면서 바쁜 어른이 되어서는 이 어릴 때의 기억은 어디로 가 버리고,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크게 못 느끼고 지냈던 것 같다. 투덜대기만 했고, 살갑지 못했으며, 점점 줄어드는 아버지의 어깨만큼 나에게 그 무게가 넘어오는 것만 같았다. 왜 그랬을까. 돌아가시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이 크게 느껴져 왔고 그 사랑에 대한 나의 부족했던 마음에 후회만 밀려왔다.
이렇게나 예뻐하시기만 했던 막내딸인데, 생각해 보면 야단 한번 안 맞고 자라왔던 나였는데,왜 그때는 몰랐을까. 지금 이렇게 오래된 사진을 보며 그 마음을 후회해 본들 무엇하랴.
있을 때 잘해라 라는 말이 세상 진리의 말임을 새삼 느껴본다.
비가 추저리 추저리도 내리듯 오늘은 추억에 나도 잠시 젖어본다.
1978년도 6월, 일본에서 보낸 아빠의 엽서, 동물을 좋아한다고 젖소 사진을 보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