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류 May 23. 2023

나는 가끔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다

나는 심심할 때 가끔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다


뭐 남의 사생활을 염탐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저 가끔 시간의 틈새가 생겼을 때, 조금 심심하다 느낄 때  나는 카카오톡 첫 화면을 열어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구경해 본다.


참 재미나단 말이지.


이 작은 동그라미 안에  친구들, 지인들, 가족들의  생활뿐 아니라 선호하는 것이나 취미생활 때론 셀카 사진으로 자신 있게 얼굴을 보여주면서, 각자의 취향이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프로필 사진이 아예 없는 달걀귀신 모양의 프로필로 있는 사람도 있고 일 년 심지어 수년동안 같은 사진만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매일이 다르게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이들도 있다.

가족사진, 본인의 멋진 사진, 강아지 또는 고양이 사진, 꽃, 풍경 사진, 구들과 찍은 사진, 맛있게 먹은 음식이나 커피 사진, 좋은 명언을 기록한 사진, 여행사진, 때론 그림, 때론 만화 캐릭터나 연예인 사진, 알 수 없는 추상적인 사진 등, 이 다양한 각자의 개성과 취미와 근황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나의 시간의 틈새는 금방 채워진다.


너 어디 갔다 왔어? 엄청 좋아 보인다
너 살 좀 빠졌네?!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 변경 사진을 보고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 온다.   동그란 프로필의 세상은 때론 나의 안부를 전해주는 간접 통신사의 기능 해준다.


바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나는, 전화 한 통 안부 문자조차 주고받기도 시간 없다면서도  카톡 프로필  사진은 부지런히도 바꾼다.  바쁨과 동시에 바지런 떠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도 내 사진을 보겠지 하는 타인의 시선을 엄청나게 의식하는 나임을 고백한다.


물론 바뀔 때마다 연락이 오면 매번 시시콜콜 얘기해 주기가 피곤할 때도 있다.

마치 나만 좋은데 다니느냥, 나만 맛있는 음식 먹고 사느냥, 마치 나만 제일 신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느냥 약간의 비껴간 시선으로 보일 수 있기에. 이 또한 내가 타인의 시선을  엄청 신경 쓴다는 소리겠지.

그래서 아무 사진이 없는 달걀귀신 사진이나 몇 년째 고양이 사진  하나로 프로필을 하고 있어도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 줘야 한다. 서로 사는 걸 보이는 게 싫은 사람도 있을 터이니. 그들에겐 직접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전해 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나에게 보내는 게 아닐까도 싶다.



주말을 지난 월요일 출근길, 피곤한 눈을 애써 뜨며 폰을 내려다본다.

지하철을 곧 내리기 전에 잠시 카카오톡 첫 화면에 빨간색 점이 떠있는 지인들을  살펴본다.

그들이 내게 보내주는 그들만의 안부로 나 또한 잠시 미소를 머금고 하루를 시작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장이 뛰는 일을 찾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