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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29. 2023

1. 내 이름은 루이

내 이름은 루이야.

몰라, 집사 어멈이 나를 데리고 오면서부터 나를 "루이"라 부르더라고.


나는 고양이 강아지를 파는 펫샵에서 지내고 있었어.

다른 고양이 친구들이 참 많았지. 다들 인간들이 와서 구경하면서 귀엽고 예쁘다 말만 하고 데리고 가지도 않더라고. 그중에 나도 있었어. 참 심심하고 지루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작고 땅딸만 한 여자 인간이랑 작은 아이 인간 두 명이 우리 가게에 왔더라고. 처음에 여자 인간은 나를 쳐다도 안 봤었는데, 같이 온 아이 인간 두 명이 나를 가리키면서 외치는 거야


"엄마... 엄마 루이!! 루이~ 이 고양이 데리고 가자... 루이야 루이 "


아이 인간 두 명이 동시에 외치는 바람에, 어멈 인간은 다른 고양이를 보다가 나를 보고선 흔쾌히 나를 데리고 집으로 왔어.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집사 어멈은 펫 샾에 있는 고양이들 강아지들도 "구출해줘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데. 영원히 그곳에 있을 수도 없고,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는 불쌍한 생명체들이라고. 그래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나를 데리고 왔다고 그러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고맙지 뭐.


다시 내 이름을 얘기할게.

루이... 내가 루이라고 해. 뜻은 모르겠어.


집사 어멈한테는 아들 집사 두 명이 있는데, 나를 데리고 오기 전에 뽑기를 했데. 이름을 뭘로 지을까 온 가족이 회의까지 했다는 거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결국  집사 어멈, 아범 그리고 아들 집사들이 각각 1개씩 이름을 지어서 적어냈다네.  

삼동이 삼식이 나비 땡칠이 양양이... 이런 촌스러운 이름을 지어낸 어멈이랑 아 집사도 있었던 반면에 아들 집사들은 동화책에서 이름을 찾아내더라고. 길버트, 루이, 모리, 키티 등등. 그리고 집사 가족들은 뽑기를 했데. 그리고 루이라는 이름이 뽑힌 거래.


즉, 나는 내가 이 집에 오기도 전에 이름부터 정해진 고양이었던 거지. 듣고 보니 나쁘지 않은 이름이었어.

삼동이 삼식이 보다는 세련되었고, 그리고 어디 저 먼 나라 프랑스 왕의 이름도 루이였다네. 그래서 더 맘에 들었네.


첨엔 이 집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답답했던 펫샵에서의 생활보다는 괜찮았어. 일단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루가 있었고, 밥도 맛있었어. 아들 집사들이 흔들어 대는 낚싯대에 정신없이 놀다 보면 곤하게 잠이 떨어지는 날이 많았다니깐.


나도 이 집이 좋아지기 시작했어. 루이라는 내 이름도 좋고 말이야. 앞으로 어멈과 아범, 그리고 아들 집사들이랑 행복하게 잘 살기로 마음먹었어.


나를 루이라고 불러줘. 내 이름은 루이

나는 이미 이름이 있었어. 루이야
루이 3-4개월 쯤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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