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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Jun 23. 2023

9. 치카치카  해야해요

아~해보세요


점심을 먹고 식탁 아래에서 곤히 낮잠을 자고 있었던 어느 날이었어. 어멈이 갑자기 길쭉하고 끝에 털이 달린 이상한 막대기를 들고 오더니 나보고 입을 벌려보라는 거야.


"입을 크게 벌리고 아~~~ 해보세요!"


아니 자다가 옆집 강아지 다리 긁는 소리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생각했지.


"애미야~이게 뭐냐?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어멈이 들고 있는 막대기는 끝이 뾰족했고 털이 달려있었으며 그 털엔 냄새가 고약하고 찐득한 액체 같은 게 묻어있었어. 어멈은 나의 멋진 송곳니를 닦아내는 "치카치카"를 하자고 했어. 어멈이 들고 있던 그 막대기는 '칫솔'이란

물건이었고, 이제부터 매일 "치카치카"를 하야한다고 그러더라고. 나는 일단 하기 싫다고 했는데, 어멈은 억지로 나를 안고서 입을 벌려 나의 송곳니를 그 막대기로 마구 긁어대더라고.


" 애미야~이 뾰족하고 거칠고 따갑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 막대기를 치워줬음면 좋겠구나"

" 안 돼요. 치카 치카 꼭 하셔야 해요. 그래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밥을 꼭꼭 씹어 드실 수 있다고요."


뭐랄까 이 느낌은...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매번 매일 하기는 싫은 기분이었어. 내 송곳니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멋지고 튼튼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멈 생각은 다른가 봐.


그러고 보니, 어멈과 형들은 매일 밥을 먹고 나면 그 길쭉한 막대기로 거품을 내면서 "치카치카" 하는 걸 보긴 했어. 이 "치카치카"라는 것도 어멈과 형들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려면 해야 하는 건가 봐.


대신에 어멈~너무 아프게는 닦지 말아라!

무엇이냐 이게
느낌이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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