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류 Jun 07. 2023

6. 나는 어멈을 돕고 싶었다고

어멈은 하루 종일 바빠 보였어


어멈은 하루 종일 바빠 보였어. 아침 일찍 일어나면 불편한 옷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가더라고. '돈'이란 것을 벌러 나간데. 돈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걸 가지가 와야지 나랑 루이 누나의 밥과 간식을 사 줄 수가 있다고 했어. 인간들은 뭐 그런 걸 다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위한 거라니 그저 어멈이 고맙고 대견할 따름이네.


어멈은 그렇게 아침 일찍 나가고 나면, 나랑 루이 누나가 배가 고플 때까지 안 오더라고. 우리는 어멈이 올 때까지 배가 고파도 참고 기다려야 했어. 그런데 어멈은 집에 와도 바쁘더라고. 형아들 밥 만들어야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한데. 나와 루이 누나의 화장실도 치워야 한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뭐 도울 게 없나 물어봤지.


"애미야~ 좀 쉬었다 해라"

" 예... 제가 쉴 틈이 어디 있나요? 보세요. 할 일이 많습니다"

" 애미야, 그럼 내가 좀 도와줄까?"

"예??!!..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냥 주무시던 낮잠 쭉 주무시고 계시면 밥상 차려드리겠습니다."


어멈은 극구 사양을 하더라고. 그래도 어쩌겠어. 나는 최선을 다해 어멈을 돕고 싶었어.

먼지도 닦아주고 , 빨래도 개어주고, 화분에 물도 주고.


그런데 말이지, 집안일이란 게 쉬운 건 아니더라고. 먼지를 닦다 보니 뭔지 모를 길쭉한 기린 목이 떨어져 나가더라고. 수건도 이렇게 이렇게 개면 된다고 했는데... 글쎄, 어멈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더라고.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했.

어멈, 나 착하지?

청소를 하다 보면 깨질 수 도 있다고
수건은 이렇게 정리하는 건가 봐
형아도 돕길래 나도 같이 수건을 개었어
화분에 물도 줘야 한데


매거진의 이전글 5. 꼭꼭 숨으세요, 꼬리털 보이십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