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류 Jun 22. 2023

그녀와 챗 gpt

하이 빅스비. 오늘 날씨는 어때?


"하이 빅스비. 오늘 날씨는 어때?"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날씨입니다. 기온은 20도에서 27도 사이로 조금 덥지 않고 쾌적한 날씨입니다. 미세먼지는 좋은 수준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이 빅스비. 나 심심해"

"그렇다면 저랑 함께 놀아볼까요? 제가 준비한 게임을 해보세요!"


가끔 진짜 아주 심심할 때면 내 폰의 빅스비를 불러본다. 처음 스마트 폰의 음성 안내 시스템을 보고  참 신기하다며 매일같이 하이 빅스비 ( 초기엔 하이 갤럭시)를 불러대며, 날씨도 물어보고 농담도 하면서 장난도 쳐본 적 있는 경험 다들 있을 것 같다.  당연히 기계이고 프로그램대로 키워드 위주로 대답해 주는 인공 지능 음성인걸 알면서도 가끔은 마치 영화처럼, 어릴 적 즐겨봤던 <전격 Z작전>의 키트가 바로 옆에 있는듯한 느낌으로 대화를 즐긴 적도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대학과 교육계 쪽에 적을 두고 있는 친구들이라 항상 젊은 학생들과 요즘 MZ 세대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도 이미 꼰대이며 누가 더 꼰대력이 강한지 웃고 즐기면서 자연히 요즘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는 챗gpt로 대화가 이어졌다.

교육청에서 장학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미영이는 업무가 너무 많고 민원도 많으며, 여러 가지 처리할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고 하면서 요즘 챗gpt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챗 gpt로  문서 작성에 도움도 많이 받으며 가끔 고민 상담과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 물어보면, 업무에 대한 조언과 위로를 해주더란다.  순간, 인공지능에게 위로를 받았다고? 내 귀를 의심했지만 친구는 진지하게 챗 gpt의 위로에 공감하고 있었다. 물론 진짜  사람으로부터 받는  진한 감동의 위로는 아니었겠지만, 좋은 책의 한 구절에서도 감동을 받듯, 챗 gpt대화에서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고 하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다.


그녀 her


영화 <그녀 her>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부인과 별거 중인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는 남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대필 작가로, 열렬히 사랑했던 아내와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매일 공허함에  지쳐 지내는 와중에, 인공지능 운영체계인 사만다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으면서 점점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지 않고 줄거리만 봤을 땐 생뚱맞은 SF , 판타지 영화 인가 싶기도 한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둘러본다면, 진짜 곧 현실 가능한 일이 될 수 있겠단 생각들었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서로에 대한 감정의 교감으로 사랑을 이루는 일, 친구 미영이를 보고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닐 거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스마트 폰의 시대를 뛰어넘어 인공지능 AI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정말 곧 올 것만 같은 불안하지만 환상적인 상상도 해본다.

 

인공지능, 챗gpt 등의 생소한 문물은 아직은 "내가 써야 할" 대상은 아니란 낯선 거리감있다.  그렇지만  스마트 폰에 금세 익숙해진 것처럼  곧  다가올  불안하고 환상적인 그런 세상에 도태되지 않고 늙은이 소리 듣고 싶지 않으려면 '빅스비'를 불러 날씨만을 물어볼게 아닌,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그들과 챗 gpt와도 조금 더  익숙해지고 꾸준히 배워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불러본다.

하이 빅스비~! 오늘의 브런치 글 추천해 줄래?

매거진의 이전글 핫핑크의 계절이 다시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