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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Sep 13. 2023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왜 대학입시는 별로 변한 게 없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뭐 이미 옛말인듯하다. 10년이 뭐야, 하루가 멀다 하고 주변 산천이 바뀌어 가고 있는데,  이 대한민국에서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잘 안 바뀌는 게 있다면 아마 대학 입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교육열이 뛰어나기로 전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대한민국. 그 불타는 교육열의 뜨거움에  특히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눈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채로 몇 년째 살아가고 있을 듯하다.


수시, 정시, 내신등급,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논술전형, 농어촌, 학교장 추천 등등, 이름도 생소하고 복잡하고 낯설기만 한 이 수많은 입시 관련 단어들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단어가 종류만 많아  보일 뿐, '대학 입시'라는 하나의 길로 관통하고 있다. 이 가을, 머지않아 곧 11월을 맞이하는 고3 수험생 엄마로선 이 복잡한 단어들의 거미줄 속에서 하나로 관통되는 그 길을 찾아 뚫고자 머리가 지끈거리고 뒷골이 땅길 정도로 떨리고 긴장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학생수는 줄어든다는데, 왜 대학 들어가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인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대학 입시의 경쟁률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건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 현상인듯하다.


한때 나의 고 3 시절, 소녀적 시절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20여 년쯤 뒤, 나의 아이가 대학을 갈 때쯤이면 이렇게나 치열하지 않겠지. 대학도 더 생길 것이고 입시 환경은 더 좋아지리라 하며, 소녀적 감성으로 나는 그렇게 희망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니 그다지 변한 건 없더라.


심지어 나름 대한민국 "한강 이남의 최고의 국립대"라고 자부하고 다녔던 나의 졸업 학교가, 이제는 단순 '지방대'로 분류되어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힘 빠지는 얘기부터, '나 때는' 후기대학이거나 중하위권 친구들이 들어갔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대학들이 단지 '인서울'이라는 지역적 조건에 부합되어 , 시쳇말로 '떡상'을 하고 있는 이 시대의 인기 대학가 목록을 보니,  강산이 변한 만큼의 대학의 브랜드 평가만은 바뀌고 있음은 인정하고 싶었다.


선택지는 6개



본격적인 대학의 수시 원서 접수 기간에 들어섰다.

선택지는 6개다.  불과 몇 달 전 원서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손에 쥔 6장의 카드가 제법 여기저기 써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성적표를 펼치고 지난 과거 입시 결과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합격 예측 프로그램을 돌려가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니,  6개의 카드를 적어 내기가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행여 잘못된 선택이 될까 봐,

행여 너무 나만의,  엄마의 욕심만 강요하는 건 아닌지,

행여 회하는 건 아닌지,


여간 떨리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내가 대학 갈 때 마음도 이랬었을까 , 곱씹어 떠올려 보기도 한다.


 한편으론 '수학 한 문제라도 더 맞히지.,, '

'그러게  공부하라 할 때 할 것이지...'  라며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말들을 속으로만 뇌까리며 꾹꾹 삼키고 삼키며,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고 있다.  


내가 지나온 그 길을 똑같이 걸어가고 있는 아들의 길을 보고 있자니, 어찌 보면 대학이라는 인생 첫 관문의 첫 길은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가 있는데,  나 또한 지나고 보 이렇게나 손에 땀을 쥐어가면서 두통약을 먹을 것도 아닌 일 일수 있는데,.. 이 이 내 길이 아닌, 아들의 길이기에, 아들의 첫 길을 내딛는 발걸음에, 그 어떤 생채기나 발걸음이 꼬이게 할 수 없게 하고픈 엄마의 마음이기에, 나의 두통과 신경성 식욕 부진은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며 음을 다져가고 있다.


그리고 두어 달 뒤, 어떤 것이 주어지든 그 결과에 감사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운명의 주사위, 6개 굴려보자~~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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