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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Nov 24. 2023

사과 같은 내 얼굴, 못났기도 하구나

머리카락이 많이도 자랐네


 그런 날 있잖아.  

거울을 보는데 유독 그날따라 더 예뻐 보이는 날이 있고, 때론 그날따라 더 못나 보이는 날이 있는 날.

매일 같은 화장에, 같은 머리에, 같은 옷을 입어도 그날그날 달라 보이는 내 모습.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구나,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 


매일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출근 준비를 하는데, 머리카락이 많이 자란 게 보였다. 나이 들어 모발에 힘도 없고 희끗한 흰머리도 수북한데 뭐 좋자고 이리 머리를 자라도록 했을까.


내 기억으론,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생 때의  똑 단발 스타일 이후 거의 평생(?) 짧은 단발머리만 고수했던 것 같다. 그나마 대학 4년 동안,  그래도 참을성 있게 길러본 길이가 어깨 조금 넘은 머리길이었던 것 같다. (그때 사진을 보니) 그 이후론 어깨를 넘지 않은 길이였다.


스스로 내 머리는 짧은 게 어울린다는 '나만의 고정관념'속에 나를 묶어둔 듯도 하다.


올해, 더 나이 들기 전에, 비록 찰랑거리지는 못하겠지만, 한번 진짜 어깨선을 넘게 길러보자 다짐한 지 반년이 지났다. 귀밑 단발머리에서 여름을 지나오니 어느덧 겨울 초입이 되니 어깨선을 넘기고 있다. 시쳇말로 "거지존"이라는 선도 넘기는 찰나다.


짧은 머리에서 적당히 긴 머리를  바라보는 내 얼굴은 가끔  낯설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좀 더  젊고  여성스러워 보이기도 하니, 이대로 치렁 치렁하게 길러볼까 다짐도 새로 해본다.


단발병


그러다 오늘 아침,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나 못나 보였던 탓이었을까.

힘없는 모발 끝이 너무 너저분해 보였다. 차라리 파마머리였다면 덜 지저분해 보였을까? 머리끝도 비뚤배뚤... 못생겨 보이기 시작하니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다 미워 보인다.

다시 싹둑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단발병이 다시 도진거지...


올해 초부터 거의 1년 가까이  길렀지만, 오늘 갑자기 미련이 사라졌다. 오후에 미용실을 가서, 10여 센티를 잘라냈다.


시 단발이다.

다시 시작이다.


여자는 심경의 변화가 생기면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 하지...

그런데 반대로 머리스타일의 변화가 심경의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새롭게 느껴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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