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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Nov 27. 2023

낮술과 아메리카노의 꿀조합

나는 주당인가?


주당 酒黨


주당의 뜻을 찾아보"술을 즐기고 잘 마시는 무리"라고 한다.

국어사전적 의미로 따진다 보면, 그래, 나는 주당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술을 매일 엄청 마신다기 보다, 그저 술자리를 즐기고 기분을 맞출 수 있는, 술을  즐기는 사람 정도 나 스스로를  평가해 본다.  

주종(酒種)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주로 소주(증류주)를 즐기며, 과실주나 곡주 종류를 마신 뒷날은 숙취로 고생을 해서 간단히 먹을 때 이외엔 주로 소주를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마실 술친구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 한잔씩 마실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나도 주당인가.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지인 언니와 점심을 먹게 되었다. 물론, 둘 다 '주(酒)'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일요일 점심이고 운전을 해서 왔기에, 술은 안 마시려니 다짐을 하고 만났다.

점심 메뉴를 고르다, 곰탕과 한우 국밥을 파는 집으로 들어갔고,  자연히 우리는 국밥을 시켰고, 국밥이 나오니, 서로의 눈빛 교환과 동시에 소주 1병이 주문서에 함께 올라갔다.


낮술에, 국밥과 먹는 반주는 참을 수 없는 조합이거든!


순간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가 떠올랐지만, 다행히 집 근처이기에, 남편에게 대리 운전을 부탁하자 싶은 마음으로 처음 약속 장소로 향하며 했던 나의 '다짐'과는 다르게 "주(酒)"의 유혹에 빠지고 만 것이다.


한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소주 1병이 2병이 되고, 2병이 3병이 되었고, 오랜만에 만나 못 했던 얘기들이 소주잔 위에 올려져 오고 가다 보니 소주맛은 달디 달았고, 뜨끈한 국물로 배를 채워주니  든든했고, 적당히 오른 취기에 기분까지도 좋은 점심이 되었다. 어느새 뜨끈했던 국밥의 열기도 식어버리고, 마지막 국물까지 다 비운 터라 우리는 장소를  옮기려 나왔다.


그런데 식당을 나오니 아직 하늘이 환한 일요일 오후다.

환한 하늘은 잠시 낮술의 취기멈춤을 주게 된다.


적당한 취기 봤을 때 더 나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나, 더 갔다가는 밤까지 갈 기세였기에, 이 적당함을

유지하고자 우리는 주(酒) 대신 커피를 선택했다.


낮술과 아메리카노의 꿀조합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케이크 두 조각을 주문했다. 칼칼하고 우직했던 한우 국밥으로 채워진 나의 입안으로,  진한 커피와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가 가득 덮어버림으로  "바로 이맛이지" 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진정한 단짠의 조합이 된 것이다.  그렇게 단짠의 조화에 끝없는 대화로 우리는 아주 만족하고 푸짐하며 다양한 맛의 조화로 이루어진 점심 한 끼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집에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은 든든했던 한우 국밥과 주고받았던 여러 잔들의 대화와 마지막의 달콤 쌉싸름한 향이  온몸에 휘감겨 올라갔던 취기는 차분해져  개운함 마저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낮술의 매력인가 싶다.

이것이 바로 반주의 매력인가 싶다.

이것이 진정한 주당의 낮 생활인가 싶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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