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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Feb 10. 2023

라떼는 말이야

커피의 추억

라떼는 말이야...


강의가 끝난 후 복도에서 마주치는 친구의 주머니를 뒤져서, 또는  가방 속에 찰랑이는 동전들을 모아

복도 끝 커피 자판기 앞에 삼삼오오 모여들곤 했다.

동전 두어 개를 넣고 '지 이이이 잉' 하는 기계음이 끝날 즈음이면 따끈하고 달큰한

커피 한잔이 내려왔다.

그리고 고맙게도 남은 50원짜리 작은 동전이 내 손에 다시 떨어지곤 했다.


가끔은 선배들의 호의로 300원짜리 고급 프리미엄 커피를 마실 때도 있었다.

분명 같은 커피일진대, '프리미엄'이란 단어가 조금 더 맛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들게 했다.

자동판매기의 버튼 하나로 만들어졌던 그 진하고 달큰했던 커피 한잔이 세상 제일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나때(라떼)는 그랬다.


얼마 전, 졸업했던 대학교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잠시 시간을 내어 산책 삼아 캠퍼스를 거닐었던 적이 있었다. 세월의 묶은 때를 말금히 씻어 버린 건물들과 캠퍼스 이곳저곳의 바뀐 풍경들이 낯설게만 느껴진 곳곳에,

그때의 복도 끝 커피 자동판매기 자리에 작은 테이크 아웃 커피점들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하얀 작은 종이컵의 달달했던  커피는 이제 색 바랜 "나때의(라떼의)" 기억이 되어,

" 나때는 말이야, 이런 거 마셨었어~우린 그랬었지!" 하는 낭만적인 무용담의 한 페이지 어디쯤에

적힐 추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투명한 플라스틱 컵, 또는 알록달록 이쁜 색의 종이컵, 또는 투박해 보이는 텀블러에 얼음이 달그락 거리는 쌉싸름한 아이스커피를 마시거나, 이름만으로는 무슨 맛인지 먹어보기 전엔 그 맛을 가늠하기 어려운 진한 거품 가득한 커피들을 마시고 있다.

천 원짜리 한 장으로도 마실수 있는 커피부터,  밥 안 먹어도 배부를 만큼의 한 끼 식사 가격의 커피까지,

마시는 방법도 이름도 다양한 커피들로 가득한 커피점들이 즐비한 거리를 거닐다 보면, 커피의 전성시대가 바로 지금 오늘이 아니고 언제겠는가 하는 시대의 확고함도 가지게 된다.


언젠가 또 다른 시간들의 한 뭉치가 흐른 뒤 지금을 되돌아보는 날엔,

이 순간의 우리들의 커피에 대한 추억들이 또 다른 색 바랜 '라떼의'기억으로 읊어지고 있겠지.


라떼는 말이야...

우린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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