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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Feb 13. 2023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욕심은 한도 없이 커지며, 내 손에 쥔 것보다 옆사람 손에 쥔 게 더 좋아 보이기 마련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아빠와 함께 어디론가 가는 초등학생 5~6학년 정도 되는 아이를 봤다.

그 아이 손엔 스마트 폰이 아닌, 글이 빼곡히 차있는 두꺼운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요즘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에  한참을 바라보며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폰과 게임, 유튜브, SNS에 빠져 있을 "10대" 아이가

책이라니 , 그것도 복잡한 지하철 한켠에 앉아 키 큰 어른들과 나란히 앉아서 말이다.


그 잠시의 기특한 마음과 시선은 방학이라 집에 있을 나의 아이들에게로 자연히 돌아갔다.

겨울 방학이라 집에서 종일 폰과 컴퓨터 게임과 TV와 혼연 일체가 되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한순간 스쳐 지나가면서,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책 좀 보고 공부도 좀 스스로 했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 한 움큼이 마음속에 가득해졌다.


이런 것도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는 거겠지.


그 아이에 대한 기특함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부러움으로 ,

그 부러움은  곧 나의 반성으로 이어져,

가방 속에 항상 들고 다니던 책으로 시선이 던져졌다.


며칠째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형식적"으로 가방 속에 넣어만 다녔던 책을,

이 참에 폰을 잠시 내려 두고 한 페이지라도 더 읽어보자 싶은 마음에

그 아이의 앞에서 질세라 책을 펼쳐 들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지하철 역을 몇 개를 지났을까...

몇 단락을 읽었을까...

곧 집중력은 흐려지고, 눈은 무거워진 듯하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다시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으며

책은 다시 가방 속에 들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그 아이를 찾아보았다.

여전히 책장을 넘기며 앉아있는 기특한 그 아이를.


조금 부끄러웠고 조금 전 한 움큼 생겼던 "엄마"의 욕심은 눈 녹듯 누그러들어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부러워하기 전에,

내 떡의 크기부터 조금씩 키워 나가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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