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 혹은 분기별 혹은 반년마다 있는 정기 인사이동 시즌이 올 때마다, 혹은 신입사원 채용 시즌 때마다 한자리 머무르지 않고 오고 가는 수많은 나의 동료 선후배들, 팀장님들을 십수 년 동안 보아왔다.
짧지만 깊은 정이 들었던 동료나 선배 언니의 이동 때는 그렇게 보내기가 아쉬워 눈물의 술자리를 하곤 했고, 나와 맞지 않은 선배나 팀장님이 발령받아 타 부서로 이동할 때는 " 기꺼이" 환송해 드렸었고, 새로 오시는 분에 대한 기대감은 그 반감에 정비례되어 커지기도 했었다.
나는 항상 제자리에 있었는데, 타임 랩스로 찍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멈추어 있는 내 주변으로 사람들은 빠르게도 휭휭 지나가 버린 듯하다.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손꼽기도 버거울 만큼...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런 소소한 헤어짐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인사이동 시기가 되면 마음이싱숭생숭하기도 하고 허전해지기도 하다. 기껏 정 붙여 놨더니 타 부서로 발령받아 가버리면, 그동안 줬던 정에 대한 공허함도 당분간 유지되는듯하고, 새로오는 사람에겐 깊은 정을 주지 말자 다짐을 해도, 어디 사람 마음이 그리 되던가... 정 많은 대한민국 사람인 데다가 감성적인 나로선, 무한한 정을 듬뿍 담가주게 되기 마련이더라고...
이렇게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 감정이 휘몰아치고, 화면 조정의 시간이 필요한 이 시기, 바로 정기 인사이동 시즌이다.
최근 함께 일했던 "정들었던" 존경하는 팀장님이 다른 곳으로 떠나셨다.
박수 치며 잘 보내드리긴 했지만 헛헛한 마음의 감정이 휘몰아치는 시간이 조금 지속되고 있다.
나는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나는 언젠가부턴가 변화가 두려웠던 것 같다.
오죽하면 한 회사에 이토록이나 오래 다니고 있을까.
도전적인 삶이 필요할 20~30대에 너무 일찍 안주하는 삶에 젖어든 듯하다.
한 가지에 꽂히면 꾸준히 하는 "성실함"이 이런 나의 사회생활에도 반영이 되는 것일까.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렇다"라고 나를 또 합리화해 본다.
오고 가는 분들 사이에 나는 또 제자리에 서 있다.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그저 가시는 분 잘 보내드리고 오시는 분 환영해 드리며, 그분들이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만남 속에서 "화면 조정"이 잘 될 수 있도록 묵묵히 잘 챙기는 것이 내가 할 일임을 마음에 되새겨 본다.
대신 나의 자체 "화면 조정" 시간은 단축시키고 태세전환도 빠르게 하여 헛헛한 마음을 달래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