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은 기억이 된다
기억은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은 기억이 된다.
그리고 그 산재된 기록의 누적으로 내가 된다.
"라라야, 신년회 해야지~!"
친구 O의 연락이 왔다.
새해도 되었으니, 송년회는 이미 지나갔고 신년회를 한번 하자고 한다.
친구 S와 함께.
O와 S, 그 둘은 나의 고등학교 동창생.
학창 시절엔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졸업 후 진로에 의해, 직장에 의해, 결혼에 의해 다들 타지로 떠나고 남은 몇 명 안 되는 동창생들끼리
만나다 보니 벌써 수십 년째, 어쩜 학창 시절 때보다 더 많은 만남과 추억을 쌓고 있는 듯하다.
자주 보지는 못하더라고, 일 년에 두어 번, 서로의 안부를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
"그래 신년회 해야지."
"언제 할까?"
"라라, 네가 제일 바쁘니깐 네가 되는 날 잡아봐."
달력을 본다. 뭐가 그리 일들이 많은 건지.
저녁엔 이런저런 일들로 서로 맞는 날이 없었다.
"음, 그럼 00일 오전에 일찍 만나 브런치라도 할까? 먹고 커피 마시고 "
"오 좋다. 그럼 00일에 일찍 보자"
세명의 여고 동창생의 신년회는 그렇게 주말 아침 일찍 보는 브런치로 결정이 되었다.
주말 아침 브런치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나로선 브런치 문화는 낯설기만 한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유 있는 주말의 아침을 보내는구나, 그리고 그 안으로 나도 들어간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서로의 건강 이야기, 아이들의 학업 이야기, 남편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덧 반백의 나이에 만나고 있는 우리들은 그때 여고시절 교복 입고 깔깔거리던 소녀기만 한데 말이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장소를 옮겨 커피 한잔 더 마시러 갔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러 간 장소는 예전에 O의 생일 파티를 위해 저녁을 먹었던 그때 같은 장소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다고 했는데,
10년 전엔 음식점이었던 곳이 지금은 메뉴가 커피로 바뀐 카페가 되었다.
내 기억엔 분명 같은 자리 같은 장소 그리고 인테리어도 크게 변함이 없는 곳인데,
O와 S는 기억이 없다고 하다.
그래서 오래된 나의 카카오스토리를 꺼내어 그때의 사진과 기록들을 "증거자료"로 찾아주었다.
사진을 보고 그때 생일 파티 했다는 나의 간단한 기록을 읽고 나니 그제야
맞장구를 치며 "맞네, 기억난다"라고 한다.
기억은 액체다. 쉽게 휘발되어 버리는.
그래서 그 액체의 기억을 고체화하는 작업을 해둬야 한다.
어디든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이는 사진첩 정리로, 어떤 이는 일기장으로, 어떤 이는 SNS의 공간 속으로.
그런 기억의 고체화하는 작업으로 나는 SNS를 선택했고,
부지런히 도 사진과 글을 남기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산재된 기록의 누적은 내가 되고 네가 된다
기억은 기록이 되어야 하고, 그 기록은 기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산재된 기록의 누적으로 내가 되고 네가 된다.
"우리 참 어렸네. 피부 봐봐. 벌써 10년 전이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학교 졸업한 지 30년 되었나?"
"우리 여행 한번 같이 갈까? 그러고 보니 우리 세 명이서 여행 간 적이 없네.
여고 동창생들의 졸업 30주년 기념 여행, 어때? "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의 끝은 여행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의 기억 속엔 여행이 많이 없다.
각자 바쁜 삶 속에서 여유 있게 부릴 여행은 우리에겐 없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여행의 이유가 새롭고 충분히 생겨났다.
그래 우리 여행 떠나자.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의 우리끼리.
어디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