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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Feb 27. 2023

혼자 여행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혼자 여행


뭐에 이끌렸을까.

어떠한 특별한 이유없었다.

단지 너무 보고 싶었던 공연이 서울에서 하고 있었고,

너무 보고 싶었던 전시회가 서울에서 하고 있었기에.

서울까지 가서 보는 공연이라

쉬이 누구와 같이 가자고 조르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예매부터 했다.

쉬운 예매는 아니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나의 손가락이 골라 잡은 자리는

운 좋게도 앞에서 4번째 정중앙 자리였다.

이 환상적인 자리는  나의 '그냥 혼자 여행'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더는 물러 설 수 없는, 나만의 혼자 여행이 그렇게 해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혼자는 처음이다.

항상 친구와 또는 가족과 함께였다.

그래서 지하철, 버스 노선도나 숙소 위치, 걸어 다니는 리를 부러 상세히 알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또는 누군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녔던 여행에선 "나의 의지"는 필요 없던 여행 물품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다.

완전한 '나의 의지'로만 계획되고 움직여지는 여행인 것이다.

큰 틀은 공연과 전시회 관람이 그 중심잡혀 있긴 했지만,

그 사이사이 앞뒤 빈틈으로의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기에

네이버와 각종 SNS의 도움으로 검색과 검색을 거쳐

아주 빼곡한 일정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가고자 하는 경로에 대해 미리 지하철 노선도와 거리를

상세히 검색해 공책에 빽빽이 기록했다.

맛집과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간다는 카페도 몇 군데 가기로 정했다.

혼자이기에 심심할 틈이 없었어야 했다.


그렇게 새벽 기차에 올라탔다.

셀러기도 했지만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걱정도 생겼었고 조금은 쑥스럽기도 했다.

나에겐 또 다른 도전이었다.


"혼자"라는 도전.


찬기운이 아직 감도는 2월의 서울은

혹시나 가져온 핫팩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이었다.

핫팩을 만지작 거리며

공책에 적어둔 빼곡한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걷도 타고 또 걷고 걸으며 복잡한 도심과 인파를 헤쳐 나아갔다.


계획했던 경로로 갈 때마다,

신호등 불이 반짝반짝 바뀌듯,

"미션 임파서블" 같았던 일들이 " 저스트 두잇"으로 바뀌어졌다.


걸음을 떼어 낼수록,

지하철을 거쳐갈수록,

지나가는 "서울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나의 "의지"에는  집중력과 용기가 더해졌다.

쑥스러울 것만 같았던 '혼밥'도 그럭저럭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히려 편했다.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함께 동행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볼 이유도 없었고,

온전한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이 있었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도 생겼다.

이대로라면 세계 여행도 거뜬히 나 혼자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언가 함에 있어

어떤 도전에 있어

나이와 시기는 중요치 않음을 다시 깨달았다.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리고 조금의 용기만 더해진다면

뭐든 할 수 있음을 다시금 각인되었던 여행이었다.



다음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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