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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r 06. 2023

내 얼굴

필터카메라


내 얼굴이 궁금하다.

매일 거울로 보는 얼굴이지만,

한 번쯤은 그려보고 싶었다.


색연필을 꺼냈다.

그리고 나름 제일 "예쁘게"찍혔다고 생각되는

 한 장을 골랐다.


슥슥슥

슥슥슥


이 정도면 다 됐다 생각하고 그린 얼굴을 봤다.


좀 어색하다.

눈도 훨씬 크고 둥그렇다.

코도 좀 오한 거 같고, 콧울은 실제 내 콧망울 보다 좀 더 둥그스름한 거 같다.

입술은 왜 이렇게 크지?

팔도 가느다랗다.

정말 내 얼굴인가 싶을 정도로,

사진 보다 "훨씬" 예쁘고 귀엽다.

주름도 없으니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기까지 하다.


이 그림 속의 여자가 정말 나란 말인가?!


순간 필터 카메라가 생각났다.

내 손이, 내 색연필이, 은연중 나에게 "필터"를 씌워줬구나.


요즘 흔히들 쓰는 필터 카메라.

세월이 흐르면서 얼굴에 시간의 흔적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니 그냥 일반 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피부색도 칙칙한 거 같고, 잔잔한 주름이 일부러 줄을 그어 놓은 듯하다.

그런데 필터 카메라찍으면 세상 뽀얗고 이쁜 얼굴이 된다.


필터에 익숙해진

나의 눈과 손이

자연스레 그림에 마저도 필터를 써줬구나.


스스로 "내 얼굴"이라 그렸으니

안 닮아도 이건 분명 나다.


필터를 씌운  폰 사진 속의 내가 나인 거처럼.


*나 홀로 드로잉 연습에 한참 이었던  2020년도 습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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