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거리는 그림이 아닌, 뭔가 그래도 세상에 이것이 내 그림이요 하고 자랑도 하고프고,
자고로 호랑이는 태어나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길지니, 나도 어찌 보면 한 세상 있다 가는 동안 내 이름 석자를 어딘가 남겨두고픈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오랜 습작의 시간을 거쳐, 아이들 그림책 그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스토리도 짜고, 스토리에 맞게 그림도 그리고.
출간이 되어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고 좋아해 주는 그림책이 되길 나의 간절한 꿈을 담아 그리고 또 그리곤 했다. 대박이 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대박 까지는 아니더라도, 출간이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 거리며 공모전엘 몇 번 도전해 봤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해외 도서 공모전부터, 국내의 일러스트 플랫폼에서 개최되었던 소소한 공모전까지. 벌써 몇 번째인가...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참 겁 없는 도전도 있었다)
이번엔 좀 더 자신 있게, 열심히 그린 만큼 보람이 있길 간절히 바라며 또 공모에 도전했다.
로또를 한 번쯤은 사본 사람은 그 마음을 알 거다.
로또를 사고, 당첨이 된다면, 뭘 하고 누구에게 주고, 어떤 걸 할 것이고 등등의 부푼 기대의 "김칫국"을 엄청 마시게 되는 거처럼, 이 공모전이란 도전 또한, 일단 작품을 제출하고 나면 마치 내가 꼭 당선될 것만 같은 부푼 기대감에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곤 한다.
당선이 되면, 상금은 어디에 쓸까부터, 가족들과 잔치도 해야 하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최소 한우 고기도 사야 할 거 같고,아파트 입구에 플래카드라도 걸어야 하나, 출간이 되면 사인회도 해야겠지, 등등. 어디서 보고 들은 건 많은 터라, 온갖 김칫국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막상... 공모전 결과 발표날이 오면, 내 이름 석자와 비슷한 이름조차도 없다.
당선자들은 이미 "내정"이라도 된 듯한, 당선자들 이름 옆에 사진도 이미 올라와 있고,
그들의 화려한 이력까지 적혀있다.
이력을 찬찬히 보니 나 같은 초짜 그림쟁이는 명함 아니 발도 못 내밀 정도였다.
공모전이란 신인작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함이라 생각했는데,꼭 그렇지마는 아닌가 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마냥 순진한 내가 이번에 또 하나 배우는구나, 이런저런 속상하고 섭섭한 마음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