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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Apr 10. 2023

모래놀이

흙먼지도 먹고 자란 아이

흔히들 어릴 때 흙도 주워 먹고 자라야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들 말한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진짜 흙을  주워 먹이게 하는 엄마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놀다 보면 넘어지고 기어 다니고 하다 보면

손에 묻은 흙먼지들이 자연히 입으로 혹은 음식으로 따라 들어가는 경우가, 아마 직접 손꼽아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허다하게 일어났을 것이다.


부러 막지는 않았다.

강하게 자라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물론, 나쁜 걸 먹고 배탈이 나거나 아플 수도 있었겠지만,

남자아이여서 그랬는지 그렇게 깔끔 떨며 키울 생각도 없었고, 그럴만한 성격못 되는 엄마였기도 했고,

그저 그래도 면역력을 더 키울 수 있겠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면서 어느 정도"흙"을 허용했던 거 같다.

형을 따라 초등학교 운동장 모래 놀이에 열중했던 작은 아이



요즘 도심지 아파트 단지 내에선 모래 놀이터를 찾아보기가 드물다.

고무냄새 진동하는 폭신한 우레탄 재질의 바닥으로 깔린 놀이터가 더 많아지고 있다.

모래 날림, 먼지, 가끔 길고양이들의 대소변, 그로 인한 세균 등으로 요즘 아이들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과연 화학 재질의 우레탄 바닥이 더 좋을지, 자연스러운 흙먼지가 더 좋을지...

어른들의 편협된 사고방식으로 아이들의 놀이 선택권 하나가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모래놀이를 하려면 이제 "만들어진" 모래 놀이터에 데리고 가야 한다.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운 놀잇감을  인위적로 막은 다음, 다시 그 "인위적 자연"을 되레 돌려주는 모양새다.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운 기쁨을 좀 더 누리게 해 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만 가득한 "꼰대"같은 마음으로...

10여 년 전, 아직 모래 놀이터가 주변에 흔히 있을 때,

형을 따라 학교 운동장에서 모래 놀이를 실컷 하고 있는 작은 아이가 이뻐서 그렸던 드로잉이다.

(* 2020년 드로잉 연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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