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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12. 2023

난 원래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독서 습관

난 원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릴 때도, 학창 시절에도, 책은 그저 '숙제용' 아니면 필독서라 읽어야 해서, 혹은 다들 읽으니 그 유행을 따라서, 1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책을 읽고 자랐었다.

  

고등학교땐 대학 가면 읽겠지 했다. 그런데 대학을 가니 놀거리에 휘둘려 책은 더 멀리 하게 되었고, 과제 제출용으로  읽는 책이 전부였을 정도다. (지성인이라 하는 대학생이었는데... 지성인과는 거리가 조금 멀었던 나를 지금에서야 반성해 본다.) 그러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책은 더 멀어지기 시작했고, 아이를 키울 때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줌으로써 나의 '독서'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나갔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30대 중반즈음, 어느 정도 아이도 자라고 바쁜 일상이 그래도 자리 잡혀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던 날에 꾸준히 독서를 하는 옆자리 선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선배는 한 달에 한 권을 무조건 읽는다는 목표를 잡고 억지로 책을 읽어왔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한 달에 1권이면 1년이면 12권 이상을 읽을 수 있고 꾸준한 독서를 하다 보면, 글 읽는 감각도 유지되고 감정도 메마르지 않으며, 무엇보다 아이에게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아...!!!

무언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독서란 게 엄청나게 폼을 잡고 시작을 해야 할 것만 같았던 부담스러운 취미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쉽게 책에 손도 안 갔었고, 쉽게 접근하기마음이 열리지 않았었는데 , 한 달에 1권이라면... 괜찮은데?  부담스럽지 않은 권수였다.

아침저녁, 지하철에서, 잠들기 전에, 주말에 짬을 내서 잠시 잠시 읽다 보면 한 달에 1권 정도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따라서 목표를 세웠다. 한 달에 1권, 안되면 두 달에 1권이라도 읽어보자고.


좋아하고 흥미 있고 재미있는 소설 위주로 먼저 시작했다.

오래도록 침체된 나의 '독서머리'가 풀리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동안 책에 대한 나름의 목마름이 있었던 듯, 책 1권 완독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완독하고 책을 덮는 순간 뭔가 뿌듯함이 물씬 들어왔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월 1권의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계속 독서 습관을 잡아오고 있다. 가독성이 좋은 책은 달에 2권도 읽을 때도 있고, 딱딱한 인문학책은  졸면서 겨우 이어 간경우도 있고, 때론 완독을 못하고 책꽂이에 그대로 꽂은 책도 많았다. 그래도 끊이지 않고 나의 독서 머리를 말랑하게 해 주고 있음에 나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독서로 어느덧 책장에 수북이 책이 쌓여있게 되었고,

그 책들의 글귀들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갔을 글들이 내 머릿속 어디 구석엔가  웅크리고 있을걸 상상하니, 뭔가 나의 뇌가 든든하단 생각마저도 든다.  


이런 습관은 다른 습관을 하나 더 파생시켰다.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 있는 것보다, 읽을 책이 없는 게 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때쯤 되면,  서점을 뒤져서 다음 읽을 책들을 몇 권 한꺼번에 주문해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책들을 책상 한편에 쌓아놓고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때론 게임의 스테이지 클리어를 하듯, 도장 깨기를 하듯 한 권씩 한 권씩 읽어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꼭 어딘가에 기록을 한다. 내가 어떤 책을 언제 읽었는지, 간단한 내용이나 느낀 점을 꼭 기록해 두어 수어달 또는 수어년이 지나 다시 찾아볼 때 기억의 되새김질에 도움이 되도록,  잊지 않고 간단하게라도 적어 두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가방엔 항상 책이 들어 있다. 어느 날엔 한 줄도 못 읽는 날도 있고, 어는 날엔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날도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날이면 쌓여있는 새 책의 한 권을 다시 꺼내어 읽을 설렘도 느껴본다. 누군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의 말랑한 머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 한 줄씩이라도 읽어 내려가려 노력한다.


뭐든 어렵고 두렵다고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남지 않음을.

이  간단한 나의 독서 습관을 일깨워준 그때 그 선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얼마전 언니에게 선물 받은 책. 오늘부터 새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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