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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18. 2023

모기와의 전쟁이 벌써 시작되었다

철없는 모기들

작년에 왔던 모기들,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모기와의 전쟁이 벌써 시작되었다.

이 계절감도 없고 철없는 모기들.

아니 아직 5월밖에 안 됐는데, 우리 집에 보이기 시작한 모기들은 도대체 누구니?

세상의 빠른 트렌드에 발맞추어, 모기들도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리 만치 빠르게 움직인다.

'이제 슬슬 반팔 티셔츠를 꺼내어 입어 볼까 말까' 하는 인간적인 고민 틈새로 모기는 발 빠르게 움직여  인간의 맨살을 공격해 댄다.


그리고 아파트 고층에는 모기가 없다는 말도 다 옛말이다. 

그런 게 어딨나.  이 모기들이 아파트 빌딩숲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처절한 생존법을 알에서부터 흡입하고 태어난 듯, 저층은 당하거니와 10층 이상의 고층 (나름 고층)에도 이 모기들힘찬 날갯짓으로 집 주변에 어슬렁 거린다. 누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고도 하던데, 참으로 똑똑한 모기들이 아닐 수 없다.


죽여다오~아니 죽어다오


어제 저녁, 베개에 머리를 대고 잠을 청하고 있을 즈음, 잠이 들락 말락 몸이 살살 녹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앵앵거리는 소리...


아... 모기!!! 어디서 들어왔을까. 아니 벌써 모기가?!


잠이 맛있게 들려고 하는 이 순간의 평화와 침묵을 깨는 소리에  눈을 뜨고 싶지만 이 행복감을 차마 깨고 싶않았다. 참아보려 했다. 설마 이 모기 녀석이 나의 온몸을 덮은 이불을 뚫고, 얼굴만 빼꼼 나온 내 얼굴의 맑디 맑은 피를 마시려 하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꾹 참고 눈을 감고 잠을 계속 청했다. 그러나 거리는 소리는 나의 정신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고, 억지 감은 나의 눈은 점점 실눈이 되고 점점 나의 눈꺼풀이 완전히 개방되는 순간까지 와버렸다.


이 모기 이 녀석, 너를 잡고야 말겠어. 죽어다오 제발!

 (*녀석 -아주 순화하여 고른 단어임)


우리 집은 옛날 아파트 스타일에 층수도 10층 이상인 나름 고층에 있다.  고양이 2마리가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는, 모기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래되고 낡은 방충망이 고양이 2마리의 발톱이 살짝 스쳐 지나감으로도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고, 그 구멍들을 테이프로 임시 처방은 했지만, 방충망을 완전히 교체하지 않는 한 이 구멍들로부터 날아오는 모기들이 아닐까 "심증"만 가득 지닌 채 몇 년을 지내왔다.  매년 새로 바꿔야지 하면서 이런저런 그냥저냥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 매 여름마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무방비 상태로 몇 년째 저 모기 녀석들에게 피를 헌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적을 물리 치려면 무기가 필요한 법. 모기들아, 너네 이제 끝이야!


어느 날 남편은 방충망을 임시방편으로 테이프 땜질을 함과 동시에 다이소에 가서 전자 파리채를 사 왔다. 인간의 발명품 중 어찌 보면 좀 잔인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날아다니는 해충을 죽이는 가장 적절한 도구가 바로 이 전자 파리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몇 년째 참 유용하게도 썼다. 한여름밤, 잠들기 전에 모기 소탕 작전을 벌이다 잔다. 남편은 온 집안을 둘러보면서 구석구석 숨어 있는 모기 녀석들을 제거해 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여름동안 적을 물리쳐 준 전자 파리채는, 겨우내 잠시 몇 달 쉬었다가 다시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어제 저녁, 내 얼굴을 빙빙 맴돌던 그 모기는 이 파리채에 장렬히 전사를 하고야 말았다.


찌지지지직~ 약간의 타는 소리와 단백질 냄새가 고소히 풍겨옴으로 확실히 이 녀석이 죽었음을 확인한 후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사방이 고요했고 몸이 살살 녹으며 나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올해는 꼭 방충망을 새로 교체해야지.

이 철없는 모기들이 한 마리도 얼씬 못하게 말이다.

가성비 최고의 효도품, 전자 파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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