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기 기능이 없다

by miu

주말 아침 8시에 어김없이 빠짐없이 집에서 나가는 일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아주 가끔은 몸이 많이 고되다. 며 스스로에게 엄살을 부릴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이내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선 집을 나선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생각이 되는 게, 특히나 주말 아침엔 또 요즘같이 추위에 몸을 움츠러들 때 일찍이 나갈라치면 이불 밖을 나오기가 정말 싫다. 그럼에도 하기로 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에 일단 일어나 보면 곧바로 또 정신이 차려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두꺼운 패딩의 지퍼를 목 위까지 야무지게 올리고선 집을 나서면 그래, 이렇게 또 일단 일어나기만 하면 또 잠이 이렇게 달아나는 걸, 몸이 안 피곤한 걸. 하고 오늘도 잘했다. 며 나를 위로하고선 더욱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된다. 밤늦게 무언가를 먹지 않고 참아보려 해도 오늘 노동에 대한 보상은 해줘야 한다며 기어코 한사코 뭐라도 먹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보고 있자면, 멈춤 기능이 사라진 듯하다. 회사원 시절엔 주말엔 무조건 쉰다는 생각이 강했고 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주말 만은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고스란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하면, 보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 시절 또한 내겐 더할 나위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었으며, 어쩌면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내적 성장을 위한 첫 발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바쁘게 내 시간을 보내게 된 이유에는 큰 깨달음 때문이다. 30대 초반 마음의 파도가 하루에도 몇 만 번은 왔다가는 듯한 시절, 방황하던 시절, 답을 내 안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으려고 했었다. 그렇기에 해외에 나가 나를 툭 떨어뜨려 놓으면 무언가가 바뀔 것 같고 달라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돌고 돌아 그 끝은 결국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닫고 난 후부터는 나.라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내가 찾으려고 했던 답과 그 방식이 어쩌면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난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고 나 스스로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내 미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0대 때에는 치열하게 경쟁도 해보았고 원하던 곳에 취업해 회사원으로서도 살아도 보았고 해외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느꼈고 깨달았고 경험해보았다는 사실은 결코 내 스스로가 나약하거나 부족한 사람이 아닐 수 있음을 반증하는 증거로는 충분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파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짐했었다. 실컷 놀아보았고 마음껏 즐겨보았고 이제는 지난 부정적인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몰입하며 살아보자. 네가 목표한 것이 이뤄질 때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가보자. 고 결심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건, 또 살아야 하는 건 내가 지난 시절 해외에서 누리고 놀던 그 모든 경험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지금의 나의 이 고됨 혹은 바쁨이 안쓰럽지도 안타깝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단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소회는 있을진 몰라도 적어도 나는 이 바쁨과 육체적 고됨과 긴장이 지금의 날 살게 하는 힘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


예전에는 잘 몰랐던 육체적인 노동의 숭고함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돈도 모이게 된다는 당연한 진리도 함께 말이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시간에 빈 공간이 생기면 무언가를 채워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인데, 일 외에 오롯이 나. 에 대한 시간은 또 늘 습관처럼 갖고 있기 때문에, 무리 없다는 생각이다. 멈추지 않으면 어떠한가. 멈추지 않아도 보일 건 다 보인다는 생각이다. 결국 여유도, 휴식도 내 안에서 내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까지 깨닫게 된 바, 시간만큼은 내가 요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 삶을 대하고 있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내 안의 나에게 말한다. "있잖아, 요즘 내 삶엔 멈춤 기능이 사라진 것 같아."라고 말이다. 방황하며 우울했던 심지어 이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보다는 지금이 천 배, 만 배는 훨씬 낫다. 발걸음도 바빠지고 가끔은 허겁지겁 뛰어가느라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내가, 이 조차도 내가 지금 이 땅에 존재하고 있구나.를 수시로 알게 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다.


고장나버린, 내 안의 멈춤 기능을 다시 수리할 생각이 당분간은 없다. 지금은 내가 계획하고 목표한 것이 있기에 지난 1년 동안 무던히 몰입하며 산 결과 나와의 약속을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까지 확인한 지금, 지금의 나의 몰입감 넘치는 스릴 넘치는 이 생활에 오히려 부스터를 달고 싶을 지경이다.


급하면 또 안되니 나의 속도대로 지금까지 그래 왔듯, 무던히 그러나 야무지게 또다시 내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 볼 생각이다.


겸손과 상냥함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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