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너의 생일

by miu

필명을 치즈 케이크라고 하려고 했을 만큼 난 치즈 케이크 러버다. 치즈 케이크에 대한 단상을 글 한 편으로 적어 놓았을 만큼 케이크, 그중에서도 치즈 케이크를 끔찍이도 좋아한다.

앉은자리에서 케이크 하나는 혼자 거뜬히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꽃 선물보다도 케이크 선물을 받았을 때가 더 좋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12월 내 생일날의 지난 추억들과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엔, 또 이십 대까지만 해도 나름 요란스럽게 설레게 또 나름 특별하게 생일을 보냈던 것 같은데 삼십 대 이후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히 무던히 조용히 지나가는 걸 더 선호하게 됐다. 그러면서 늘 스스로에게 "생일이 별거냐."라고 한다. 요즘은 그저, 맞다 오늘이 내 생일.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은 생일 겸 한 해 마무리 겸 구입한 운동화로 정했다. 이제는 내게 생일이란 그저 보통의 평범한 하루다. 특별하지 않은,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 보통의 날.이라는 설명이 맞겠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약속했다. 그날엔 반드시 너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크기도 가격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받았을 때 기분 좋은 물건이면 되었다.


미역국에도 더더욱 집착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생일날엔 꼭 미역국을 먹어야 할 만큼 의미를 뒀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된 데에는 굳이 형식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형식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실천이라는 생각이다.


대신 내 생일날엔 나와 깊이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잘 가고 있는지. 나는 안녕한지. 잠시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 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 지는 몇 해 된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하고 소파에 잠시 몸을 기대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나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 깨어보니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러니 시작하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생각났다. 메모해 두었다 한동안 자주 들여다보던 문장이었다. 요 근래 시간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던 터라 오늘 그의 이 문장이 유난히도 내게 와닿았다.


몇 해 전만 해도 생일날 아침, 내 생일맞이하야 오늘은 뭘 하지? 뭘 사지? 뭘 먹지?를 생각하던 나였다. 지금은 오늘 아침 기분은 어때? 오늘은 어떤 걸 먹고 싶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볼까?로 그러다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생각하는 내가 되었다. 편안해지고 안정되고 내 마음을 조절하고 요리할 수 있는 지금이 이리도 평화로울 수 없다. 덕분에 생일날 아침에도 차분하고 고요하고 영롱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마음에는 형체가 없다. 지금껏 살면서 내가 느껴왔던 감정들도 어쩌면 결국엔 내가 만들어 낸 것일지도, 내가 만들어낸 허상에 둘러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선 그대로 주저앉고 만 것이 아니었는지. 어쩌면 어떻게든 살려고 한 일종의 내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의지이자 발악이 아녔을는지.


이제는 실체가 없는 내 마음과 시름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대신 내 마음에게 먼저 다가가 서운했던 마음을 달래주려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주겠어?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난 살아야 하고 삶과 죽음은 하나라서 그래서 더욱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런 생각들이 결국엔 내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된다.


오늘 생일을 맞이하야, 대화 끝 나와한 약속은 이러했다. 난 이런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과 나는 너를 끝까지 보살피고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 그 책임감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며 난 당당하게 쫄지 않고 내 앞에 직면한 거친 수풀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절친 윤주 언니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생일 축하 메시지와 선물과 함께. 이렇게 날 또 울리는 언니에게 곧 만나게 되면 언니 앞에서 펑펑 울고 싶다고 했다.


인생은 그렇듯, 늘 웃음과 눈물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행복한 사람!


몇 년 전 친구 파비앙이 일민미술관에서 불멸 사랑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했는데 그 일부 작품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Everyday is your birthday." 매일이 너의 생일. 요즘의 나도 매일이 내 생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평범하지만 보통의 하루 그렇지만 내 스스로가 의미 있게 만듦으로써 특별해지는 하루.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기도 하다.


올해 오늘의 내 생일 역시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게 무심한 듯 그러나 사유는 부지런하게. 나만의 특별한 하루로 기어코 만들어버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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