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젖히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살랑살랑 불어온다. 대학시절 이어폰으로 자주 들었던 포맨과 박정은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를 재생하고선 간단하게 요거트에 꿀을 살짝 드레싱하고 삶은 달걀 3개, 커피 한 잔으로 아침 요기까지 했다.
문득 어제 미팅을 하면서 들었던 말이 생각나면서, 고급스럽다.라는 단어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고찰이 하고 싶어졌다. 서른 중반이 되면서부터는 나의 바람이랄까. 소망이랄까.이라 하면 예뻐지자.가 아니라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할머니가 되자.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어제 직접적으로 들은 말로 인해 기분이 참 좋았고 흐뭇했고 감사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히 내 안의 나를 만나고 내 감정과 기분을 다스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라는 이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을 쓸 때의 나는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내 본연의 모습과 감정과 기분과 태도가 반영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때그때 순간순간의 내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어제 미팅을 가지면서 날 두 번째 본 그분은 "정말 고급스러우세요."라며 연신 내게 칭찬을 해주었다. 처음 봤을 때에도 어쩜 저렇게 고급스럽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칭찬, 그 형태가 무엇이든지 간에 겸손한 척하지도, 있는 척하지도, 그러한 척하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감사해하는 편이다.
고급스럽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나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그러다 그분과 커피 한 잔을 하면서 고급스럽다. 는 단어에 꽂혀 일적인 이야기에서 잠시 벗어나 사람이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것. 에 대한 이야기로 잠시 샛길로 빠지게 되었는데, 나름 의미 있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분 왈, "초아씨는 남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무어라 설명할 수 없고 어느 것 하나 때문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체 다 인 것 같아요. 외모, 피부, 목소리, 말투, 스타일, 몸매, 눈... 그 자체로 그냥 딱 보았을 때, 정말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내게, 한국에서는 확실하게 튀는 분위기와 외모를 가졌다고 했다. 분명히 이목구비는 눈동자도 그렇고 동양인이 맞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국적이고 외국사람 같다고 했다.(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라 이건 정말 그러하다는 생각이다)
프랑스나 외국 화장품 모델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또, "초아 씨가 입는 옷을 보면 고급스러운 소재들은 아닌 것 같아요. 명품은 더더욱 아니구요. 그런데 초아 씨가 입으면 엄청 비싸 보여요. 지금 신은 신발도 봐요. 굉장히 비싸 보여요. 진짜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급스러울까요? 목소리와 말투도 고급스러워요."라고 이야기해줬다. 나는 굉장히 동의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제 입은 내 옷과 신발을 다 합쳐도 5만 원을 넘지 않았으니 말이다. 본래는 저렴하게 옷을 사도 굳이 그 가격을 말하지 않는데 그녀가 연신 놀라 하길래 살짝 내가 지금 입은 옷의 가격을 귀띔해주자 그녀는 사뭇 정말 놀란 눈치다.
어제 내가 입은 검은 스커트는 빈티지에 인터넷에서 90% 세일할 때 구입한 1,200원, 상의는 무인양품 빈티지 화이트 복고풍의 100% 코튼 블라우스 5,000, 신발은 최근 남대문시장에서 35,000원에 산 가운데 자개들이 박힌 여름 샌들, 반지는 빈티지 숍에서 각 1,000에 득템 한 빈티지 반지 4개.였다. 귀걸이는 언니가 선물해 준 딱 붙는 큐빅이 들어간 것. 앗, 가방은 역시나 인터넷에서 90% 세일할 때 2,600원에 산 빈티지 가방이 전부였다.
그녀는 내게 "정말 명품이 필요가 없겠어요. 본인이 명품인걸요"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말조차 정말 감사했던 어제의 기억이다. 나는 "저는 명품에 관심이 정말 없어요. 지금껏 명품을 제 돈주고 사본 적이 없어요. 백화점보다는 전통시장에 혼자 가서 바닥에 홀로 앉아서 장사하고 계시는 할머니들께 가격 여쭤보고 그분들에게서 채소, 야채, 과일 사고 장보고 구경하고 그러다 을지로라든지 골목길 곳곳에 맛있어 보이는 백반집이나 국밥집이나 노포에 들어가 먹고 오는 걸 즐기거든요. 저는 제가 화려하게 입지 않아도 제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제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제 스스로 빛이 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렇게 얘기해주시니 정말 감사한걸요."라고 답했다.
내 스스로가 나는 고급스러운 사람이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해본 적은 없다. 다만, 내 스스로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는 소망과 바람은 늘 현재 진행형이고 지금은 나를 끔찍하리만치, 깜찍하리만치 아끼지만, 늘 겸손하고 감사하고 상냥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카뮈는 "매력이란, 그 질문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방식"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하곤 했다. 고급스러움이라든지, 분위기라든지 그 무언의 에너지의 형태는 본인이 그렇다고 말하고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절로, 혹은 알아서 느끼게 되는 것.이 진짜 그러하다는 나름의 정의를 내렸었다.
고백하자면,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이야기는 내가 생각보다 아주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다. 그때마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도 궁둥이 팡팡 해주는 것은 물론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 결론은 이러하다. 결국 내게서 느껴지는 에너지, 기운이라는 것은 화려하지 않아도,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명품을 소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충분히 혹은 그보다도 더, 그 이상의 아우라를 내뿜을 수 있다는 것. 내 마음의 여유와 평온이 있다면, 심상이 아름답다면 외적인 아름다움 역시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오늘 아침, 나는 거울 앞에서 내 얼굴과, 표정과, 눈, 눈빛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눈빛은 맑은지, 내 낯빛은 안녕한지. 다행히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