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아침을 정성스럽게 맛있게 푸짐하게 차려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독립해서도 아침은 꼭 챙겨 먹는 습관을 가졌다. 아침에 삼겹살을 먹는 일이 내겐 익숙했다. 삼겹살, 생선 등은 물론 딸기나, 참외, 수박, 바나나, 키위 등 제철과일들도 늘 챙겨주셨다. 그래서 아침상이란, 내겐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추억하게 하고 동시에 나를 대접해주는 정갈한 아침일이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즉각적으로 삼겹살이라고 답할 정도로 삼겹살을 참 좋아했고 고기반찬을 최고로 좋아했던 나였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인가. 지금부터는 나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차제에 식단을 탄수화물을 줄이고 야채, 채소, 과일, 단백질류 식사로 조금씩 바꿔나가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식재료 그 자체에 주는 본래 맛.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상하리만치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는 애써 찾지는 않게 되었고 그보다는 채소가 지닌, 그 본연의 맛에 빠지고 말았다. 채식주의자도 아닌 내가, 고기에는 흥미를 잃었고 채소와 야채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은 내 개인적으로서는 조금은 놀라운 일이다. 고기가 없으면 배부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먹은 것 같지 않다던 나는 어디로 간 건지.
원래부터도 좋아했던 계란을 먹는 양이 더 늘었다. 나의 아침 상에 삶은 달걀이 꼭 빠지지 않는다. 예전엔 보통 호밀빵이나 크로와상, 비스킷 중 아니면 삶은 달걀 1-2개, 슬라이스 햄, 치즈, 커피 정도로 평범하지만 부족하지 않게 포만감 있게 아침을 먹었는데 요즘은 채소 구이와 삶은 달걀, 두부나 연두부, 과일 반 개 혹은 반쪽, 커피 정도로 챙겨 먹는다.
꼼꼼하게 영양이나 칼로리의 밸런스를 체크하고 챙겨 먹는 편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는 채소나 야채가 맛있어서 즐겨 찾는다는 점에서 영양학적으로 건강적으로나 바람직하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채는 애호박, 오이, 가지인데, 애호박과 가지는 조금은 넓게 적당한 크기로 어슷 썰기를 해서 노릇노릇하게 맛있게 구워낸다. 오이는 오이 하나를 3등분 한 후 또다시 2등분을 해서 가지런히 접시에 담는다.(어릴 적부터 생오이는 꼭 된장, 고추장 아니면 쌈장에 찍어먹었다)
예전 같으면 모든 채소에 반드시 소금 간을 했을 터인데 지금은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는다. 그랬더니 애호박이 본래 이런 맛이었구나! 가지가 원래 이런 맛이었어? 음! 너무 맛있다!라고 감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진심으로 어떠한 간도 하지 않는 애호박 구이와 가지 구이는 요즘 나의 최애 채소 구이가 되었다.
이렇게 자주 먹은 지가 벌써 3개월 은 되어가는 듯한데, 이렇게 나름 꾸준한 식습관이 유지가 되어서인지 일단은 몸도 가볍고 가뿐해진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 내 입맛도 삼삼하게 변한 듯하다. 자극적인 음식이 오히려 무겁게 느껴지고 자연스레 삼삼한 맛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입맛도 또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식재료 본연의 맛 자체가 그리 맛있을 수가 없으며 음식에도 자연에, 본질에 집중하려는 나를 발견하는 것 같아서 그 자체로서도 온전히 그 맛을 즐기려고 한다.
음식이란 눈으로도 보아야 한다는 말처럼, 깨끗한 접시에 오색의 다채로운 야채들의 구이를 가지런히 담아내고 나면 보는 것만으로도 참 맛있다고 느껴진다.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워서 그 모습이 내 내면의 모습일 거라는 착각에 쉽게 빠질 수 있어서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거기에 비트(비트는 색도 오묘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고 참 맛있다), 아보카도, 방울토마토 조합으로도 먹는다. 심심할 때에는 오레가노나 파슬리도 좀 뿌려주면서 멋을 내준다. 예전엔 채소나 야채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를 먹으면서도 에피타이저로만 생각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채소나 야채에 두부나 연두부, 김, 계란, 베이크드 빈, 올리브 등등 여러 가지를 조금씩 조금씩 덜어 담아내 먹다 보니 배가 정말 부르면서도 몸은 정말 가벼움을 느낀다. 잘 먹으면서도 몸이 무겁지 않음이 느껴지는 이런 식단이 내겐 아주 잘 맞는 듯하다.
이런 나만의 아침식사가 저녁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반갑다. 점심은 가리지 않고 뭐든 다 먹지만 저녁은 점심이 과했다 싶을 때는 거르기도 하고 아침식단에서 양을 조금 줄여 간단하게 요기한다. 음식을 더욱 꼭꼭 씹어 먹게 되었다. 애호박도 오물조물 꼭꼭 씹어 먹으니 씹으면 씹을수록 그 끝이 달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오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 아삭함과 싱싱함이 내 입 안을 통해 내 온몸으로 쫘악 퍼지는 감각을 느낀다.
음식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본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거창하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으나, 때로는 과식을, 폭식을 하기도 했던 나를 알아차리고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시작된 지난 몇 개월간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내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과 음식을 통해 나는 이렇게 깨닫고 있구나.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