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용기 재활용하는 여자

by miu

나는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는다. 일부러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 게 아니라, 배달음식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배달음식이 그닥 당기지 않아서, 헤비 해서, 생각보다 비싸기만 해서, 필요 없어서... 정말이지 당기지 않아서가 가장 크다.


배달음식을 지금까지 딱 두 번 시켜먹었던 것 같다. 기억에 한 번은 치킨이었고 한 번은 짜장면과 짬뽕이었는데, 막상 주문된 음식은 음식의 모양과 맛 모두 직접 가서 먹느니만 못했고 맛은 조금 실망했다. 물론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그 이후로는 배달 음식은 나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했다. 내 돈 주고 사 먹는 건데 먹고 나면 잘 먹었다는 생각보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돈이면 장 봐서 신선한 재료들로 뚝딱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직접 해 먹겠다.고 생각했다.


치킨은 가끔 당길 때가 있으니, 그럴 땐 어김없이 전화로 미리 주문해 퇴근하면서 픽업해가기도 한다. 가끔 외부에서 배달음식을 먹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든 생각은, 포장 그릇과 용기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 이러니 정말 환경에도 무리가 되겠다. 싶다.


그제 일하던 중 그곳에서 이른 저녁을 함께 먹게 됐다. 샐러드 용기라 크고 넓고 깊었고 투명하고 포장용기도 꽤나 튼튼하고 괜찮아 보였다. 다 먹고선 나는 그 포장용기를 챙겨 왔다. 다 먹었으면 남들처럼 그냥 버리면 그만이지 무엇하러 들고 올까. 싶지만, 내 머릿속엔 아, 이거 가져가서 어디에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이기도 하고 얼마든지 유용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버지가 보내주신 누룽지를 담아놓아도 좋고 삶은 고구마를 넣어놓아도 좋고 큰 김치통에서 김치 한 포기 두 포기 정도를 미리 덜어내 놓기 딱 좋은 사이즈고 재활용하려고 모아둔 랩이라든지 지퍼백이라든지 종이봉투를 넣어놓고 뚜껑을 덮어두면 보기에도 깔끔할테고 샐러드 도시락으로도 얼마든지 써도 되고 푸실리 파스타를 담아놓아도 좋고 대용량 치즈를 소분해 넣어놓기에도 좋고 먹다만 빵조각들을 담아 놓기에도 좋고... 내겐 실생활에서 재활용하기 너무 좋은, 사용하기 아주 쏠쏠한, 살뜰한 포장용기들이다.

어제도 초밥을 먹고는 뚜껑까지 있는 포장용기를 가져왔다. 깨끗하게 씻어서 잘 말렸고 분명 김밥이나 유부초밥 도시락을 내가 쌀 일이 있을 것을 대비해 서랍장에 넣어놓았다. 한 번 버리기 너무 아깝고 분명 유용한 쓸모가 또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스타벅스나 카페에 가서도 에비앙이라든지 페리에라든지 병에 들어있는 그릭요거트를 먹다가도 이건 필요하겠다 싶을 때 버리지 않고 들고 오곤 한다. 매번 모든 걸 들고 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어쩌다 가끔 이거 가져가서 재활용하면 좋겠다. 싶을 때만 챙겨 온다. 얼마 전에도 갈색 병에 들어있는 콤부차를 마시고 나서 가져온 그 병에다 믹스커피 3잔을 붓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차갑게 한 잔 마시니 그 맛의 풍미가 더 진해진 듯(기분 탓일지도 모른다)한 데다 훨씬 더 차갑게 느껴져 좋았다.


에비앙 병도 가져와서 장미 한 송이를 꽂아놓았다. 꽃 병으로 재활용하기 이만한 게 없다. 그러다 꽤 많이 활용했다 싶으면 버리면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과 취향인 것으로 어떤 행위에 대한 것에 정답이 있을까. 나는 그런 점에 살뜰함과 알뜰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라 그렇다는 데 동의한다.


가끔 고급스러운 통에 들어있는 초콜릿이나 또 빈티지스러운, 곰이나 꽃이 그려진 통에 든 비스킷이나 쿠키를 선물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초콜릿이나 비스킷보다는 그 통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데, 곰들이 그려진 취향저격 디자인의 동그란 철통은 양말들을 담아두기도 하고 연고와 밴드, 바세린이 들어있는 약통으로 쓰기도 하고 모아둔 냅킨들을 담아두기도 한다. 이 얼마나 쓸모의 쓸모인가. 감탄하기도 한다. 초콜릿이 들어있는 사각 통 역시 캔디나 캐러멜들을 한 데 모아 두고 이따금씩 꺼내 먹을 수 있게 간식 통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재활용하는 통들을 열고 닫을 때마다 나는 소리도 나는 정겹고 내 일상에서 살뜰하게 나와 함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분명 누가 봐도 많지 않은 살림인데 내 스스로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서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나 나는, 살림살이의 단출함이 내 삶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심플한 삶을 살고 있다. 기준은 남이 아니라 나.라는 점에서 나는 내 삶을 나름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 고 믿는다.


어제는 너무 밖으로 돌아다닌 바, 오늘만큼은 어디도 나가지 말고 집에서 푹 쉬자. 고 마음먹은 차제에, 집을 둘러보다 버릴 것은 또 없는지, 불필요한 걸 갖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비우면 비울수록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나는 더 많은 자유를 느낀다. 그러니 이 자유를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지. 깔끔하게 정리된 내 침대와 소파와 테이블, 부엌 장 들을 보는 일이, 내 눈을 정화해준다고 할까.


눈이 피로해질 일도 없거니와 그런 심플한 내 공간을 보고 있자면 내 생각의 사특함마저 사라진다. 조금 전 점심준비를 하던 참에 그제 가져온 투명한 샐러드 용기에 저녁으로 먹을 떡볶이 재료들을 프렙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활용도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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