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이르면 5시 20분 즈음, 대개는 6시 전이면 눈이 번쩍 떠진다. 수면의 질이 좋아서인지 힘든 기력 없이 몸도 기분도 가볍게, 가뿐한 것은 물론 상쾌한 아침!이라 혼잣말하며 이불 밖을 나온다.
얼마 전에 베개를 새로 장만했다. 수면의 질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침구류라고 생각해서 나는 침구류를 선택할 때 꽤나 신중하다. 이번에 산 배게가 내게 아주 잘 맞다. 내가 산 물건이 내게 아주 잘 맞을 때 역시 나는 행복하다 느낀다. 너무 폭신하지 않으면서도 높지 않은 낮은 배게. 내겐 아주 딱 맞는 배게 종류다. 배게 커버도 화이트 천으로 골랐는데, 나는 침구류는 화이트를 산다.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은, 온통이 화이트라는 여백인, 채워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깨끗하고 정갈함으로 무장한 화이트가 그저 좋다.
게다가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나 더 사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이번 구매 성공적이다. 오늘 아침에도 5시 40분 즈음 눈이 떠졌고 가뿐하게 잠시 스트레칭을 한 후 사뿐하게 몸을 일으켰다. 물 한잔을 마시고선 커피 한 잔을 탔다. 그 사이 성시경의 어디선가 언젠가 노래를 재생했고 노트북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내 책상엔 노트북과 함께 항상 제자리에 놓여 있는 것이 있는데, 감사 일기장이다. 정말 꾸준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감사일기를 쓴 지가 1년이 되어간다. 절대 빼먹지 않는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처럼 감사일기를 쓰는 일이 이제는 습관이 됐다.
감사일기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고 그저 일기처럼 그러나 나는 그곳에 꼭 감사합니다. 를 아주 여러 번 반복하며 쓴다.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오늘 일어난 일 하나하나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으로 내 기분과 태도와 마음가짐을 적어 내려간다.
그래서 나는 감사일기를 감사편지라 부르는데 일기라 하면 어떨 땐 꼭 써야 될 것 같은 부담이랄까. 꼭 숙제처럼 느껴지곤 할 때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내 감사일기에는 일기처럼 쓰기보다는 내 기분과 상태, 태도 등을 적고 내 감정을 다스리고 내 안의 나에게 질문하고 묻고 답하고 대화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사실 내게는 감사일기보다는 내 안의 내게 보내는 감사편지라는 단어가 더욱 적확하다.
오늘 하루 오전 일과부터 시작해 하루 일과를 잠시 떠올려 보면서도 오늘 하루, 상쾌한 이 아침. 아침 햇살을 이렇게 맞이하며 일어날 수 있어서,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는 물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의식이 한곳에 집중될 수 있도록 마치 명상할 때와 같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계속 적어 내려간다. 긍정의 메시지와 에너지를 내 감사일기에 나는 가득 담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 감사 일기장을 보고 있자면, 감사 일기장 페이지를 펼쳐 볼 때면 긍정의 에너지와 기운이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듯한 기시감을 느낀다. 창밖의 빛이 반사되어 소파의 블랭킷에 닿는 그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행복감을 느끼며 그저 그 모든 것이 감사하며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며 날 괴롭혔던 과거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아주 놀랍게도 믿기지 않을 만큼 나는 완전히 다름 사람이 됐고 그저 오늘에 충실하고 집중하고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살며, 이미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후회하지도 기억하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정말 소중한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주 단순한 이 깨달음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이것마저도 나는 정말 감사하다. 고 말한다. 그러니 실체가 없는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며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 여기에서 색은 실체가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색이란 공에 불과하고, 우리는 대상을 어느 특정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그것은 광범위한 세계 위에 그때그때 대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며 그것을 벗어나면 이미 그것은 대상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한다. 그러니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이 경구를 나는 자주 떠올린다.
그러니 과거에도 미래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내 일상 크고 작은 일들, 관계, 그때그때 올라오는 감정들, 기분들, 태도들에 대해서도 더욱이 집착하지 않게 된 것은 물론이다. 오히려 그 감정과 기분의 실체를 알아차림으로써 나는 자유로워지며 그 순간 현재로서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한다는 것, 이게 습관이 되면 수시로 감사하게 되고 잔잔하게, 평온하게 그렇게 내가 마주하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그야말로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만끽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행운이라 생각하며 살다 보니 나는 내 하루를 만끽할 수밖에 없고 감사할 수밖에 없으며 기대되고 설렐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도 "오늘은 또 어떤 재밌는 일이 벌어질까."라고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좀 전에 커피를 마시다 말고 오늘 입을 옷가지들을 오늘 아침 내 기분에 맞춰 골라놓았다. 상의, 하의 모두 가지런히 포개어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역시 헤어스타일은 굵은 웨이브를 한 껏 살린 반 묶음 일 것이며, 청바지와 화이트 여름 니트류에 브라운 여름 샌들에 오늘은 알이 굵은 큐빅과 키티가 박힌 반지와 얇은 실반지 여러 가지를 레이어드 할 참이다. 오늘은 늘 매던 에코가방이 아니라 다른 가방으로 바꾸고 싶다는 기분이 들은 바, 적당한 사이즈의 회갈색 빛의 숄더백을 꺼내어 지갑과 파우치, 반으로 접은 서류들을 넣고는 가지런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직 감사일기를 덮지 않았는데, 감사일기... 내가 감사편지로 명명하는 이곳에 쓰는 내용도, 쓰는 길이도 등등 이렇게 내 마음대로이다. 글씨체도 어느 날은 아주 정갈했다가도 어느 날은 편하게 갈겨쓰기도 하고 화살표도 왜 이리 많은지... 색깔 펜으로 알록달록 여러 가지 계획들을 표시하기도 하는 오로지 온전히 나를 위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에 감사편지를 쓰는 일이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내 마음이 진정으로 동해서 하는 것이지, 이것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었다면 나는 아마 감사일기를 쓰는 일을 바로 멈추었을 것이다.
나의 기분과 삶의 태도를 매 순간 알아차리게 되면서 나는 자유로워졌고 감정적으로도 웬만해선 동요하지 않는 평온한 사람이 되었다. 내 안의 나, 내 마음을 다스릴 줄 알게 되었다는 것만 으르도 삶이 이토록 차분해지고 평안해지고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이었던지를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이마저도 참 다행이며 감사해한다.
지금의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 누구보다 나를 귀하게 여길 줄 안다. 내가 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귀히 여길 줄 아는데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 역시 귀히 여기지 않을 리 없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내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다 보니 이 세상 모든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우리 모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귀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늘 상냥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의 나는, 여유롭다.고 스스로에게 자주 말하곤 하는데, 나는 정말 내 스스로가 여유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정말 그러하다. 여유.하나로 내 삶은,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편안해졌고 내려놓음, 집착에서 벗어났으며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내 삶이 충분히 여유롭고 만족스럽다. 하루에도 몇십 번은 행복감을 느끼고 즐겁고 나의 매일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