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있는 여자

by miu

어제 오후 남대문 시장에 잠시 들렀다. 남대문시장에 가는 이유는 지하수입식품상가에서 물건을 사서 이기도한데, 무튼 남대문시장에서 내 취향의 물건들을 사는 일이 내겐 보물찾기처럼 재밌고 짜릿하다.


근 한 달만에 다시 찾은 것 같았다. 지난 번에 산 여름 샌들도 너무 잘 신고 있고 일본비누도 너무 잘 쓰고 있다. 어제는 매니큐어를 좀 살까 싶었다. 옷들도 요즘 옷들도 보다는 옛날 옷들이 훨씬 예쁘고 디테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나는, 매니큐어도, 립스틱도 등등 그저 지난 것들 혹은 이런 곳에서 파는 것들이 훨씬 다양하고 퀄리티있고 저렴하고 가격과 품질면에서 여러면에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매니큐어만 해도 그렇다. 밖에서 파는 매니큐어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게 4천 원, 5천 원인데 퀄리티는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에 나는 곧잘 남대문시장 지하상가에서 아주머니들께 구입한다. 색깔도 내 마음에 쏙드는 연한 피치색으로 골랐다. 브랜드는 잘 모르지만 가격은 5천 원, 메이드인 코리아에 발림도 우수하다. 이런게 득템아니겠는가.한다.


립스틱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립스틱색은 코랄이나, 핑크와 보라색이 섞인 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데, 비슷한 것은 있어도 내게 철썩같이 딱인 적확한 색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대학생때에는 맥의 코랄 립스틱을 자주 발랐던 것을 제외하면 립스틱에 관해서는 늘 무언가 아쉬웠었다.


그러던 차제에 몇 년 전 어머니의 파우치에서 어머니가 쓰시는 립스틱을 나도 발라본다며 발라보고는 너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여러번인데 립스틱 케이스도 훨씬 빈티지 스럽고 예뻤다. 어머니께 출처를 물어보곤 했다. 그래서 그때 생각했다. 뭐든 내게 어울리기만 하면 브랜드가 없어도 내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고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과 물건들을 찾는 일이 굉장히 멋스러운 일이라는 걸 말이다.


어제 나는 고급스러워보이면서도 밝은, 연한 피치색의 매니큐어를 샀고 이어 립스틱 득템에 나섰다. 연핑크와 보라색 그 사이, 보라색이 조금 더 많이 들어간 조합의 립스틱을 샀고 내게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가격은 3천 원. 세상에 이렇게 저렴하다니! 얼마전에 스틸라에서 볼터치겸 립스틱을 그것도 세일해서 32,000에 산 나는, 속으로 아쉽다고 생각했다. 스틸라는 생각보다 색이 누디톤에 가까워 아쉬워했던 터라, 이 가격이면 내게 찰떡인 립스틱 여러 개를 살 수 있었을텐데 아주 몇 초간 잠깐 아쉬워했다.


사실 남대문시장 지하수입상가에는 40대 이후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다. 할머니들이 많으신데, 물건을 파는 가게 주인이나 손님이나 멋쟁이들을 꽤나 많이 볼 수 있다. 어제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 가게에 발걸음을 멈추었는데 내가 매니큐어의 가격을 물어보려 눈이 마주치자 주인 아주머니 왈, "피부가 왜 이렇게 예뻐요. 세상에 까무잡잡한 피부인데 왜 이리 좋은지 태닝한 피부는 분명 아닌 것 같으면서도 꼭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 너무 멋지다! 아까부터 우리 계속 아가씨 쳐다 봤잖아요. 피부 너무 좋고 멋지다고. 나이든 사람들이 이렇게 느꼈을 정도면 아가씨 정말 예쁜거에요...!"


요즘, 멋쟁이다. 고급스럽다. 아름답다. 눈에 띄는 얼굴이다. 분위기 있다. 아우라 있다.라는 말을 유독 더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밖에 다닐 때도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때가 많다. 나는 내가 굉장한 미인은 아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얼굴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들과 시선을 아주 자주 느끼곤 한다.


어제도 남대문 시장 지하수입상가를 구경하며 지나가는 곳곳마다 가게 아주머니들께서 예쁘다는 말을 해주는 것을 듣고는 내 마음의 여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세, 태도, 목소리, 말투...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겠지만 나는 내가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그 분위기 있는 여자.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나만의 분위기와 아우라를 갖고 있는 일이 그 얼마나 멋진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아마 요즘의 젊은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중년의 나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나이로만 본다면 나는 MZ세대에 속하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즐거운지, 기쁜지, 재미있고 신나는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나와 가장 친하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취향에 있어서만큼은 나이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옷에도 나이 제한이 어디있겠는가. 화장품에도 나이 제한이 어디있겠는가. 패션에 있어서도 늘 이런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내가 어떤 헤어스타일을 했을 때 가장 나답고 어울리는지, 내가 어떤 소재나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지 등을 너무 잘 알게 되어버린 나는, 그것이 내 취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었고 고로유행에 민감하지도 관심도 없게 되었다. 이 또한 얼마나 자유로운 일인가.싶다. 그저 내 개성을 살리는 일이 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개성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분위기 있다. 아우라 있다. 우아하다. 고급스럽다.는 말은 사실 다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다. 문맥적 디테일은 조금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내용은 하나다. 여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여유.가 그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 편이다.


취향이 확고해지면 내 취향의 것들로 내 살림살이를 채우는 일, 때론는 비우는 일, 그 취향을 찾아 나서는 일 등등 그 어느 것하나 신이나지 않는 일이 없게 된다. 무튼 어제 도합 8,000에 나는 진심으로 행복해했고 만족해했다.


분위기 있는 여자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 역시 정말 맞다는 생각인데, 나의 내면, 가치관, 삶의 태도, 자세, 태도, 목소리, 말투...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있는 여자를 있게하는 핵심 조건들이다. 앗, 피부도 추가해야 할 듯하다. 요즘 피부도 관리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피부과를 다니면서 관리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숙면을 취하며 스킨을 듬뿍 발라주는 것 뿐이지만 이 기본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머니가 되어서도 외면도 내면도 세상 힙한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자 하는 내 바람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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