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사랑하라" 축구황제 펠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같은 날인 오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별세 소식도 함께 알게 됐다. 나는 요즘 부쩍 동시대에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짙어지고 있는데, 특히나 이렇게 동서양 막론하고 분야 막론하고 누구나 알만한 사람들, 각 분야의 구루들의 부고 소식을 듣자면 죽음. 그리고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하여 더 빠르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나 펠레가 남긴 마지막 말.이 내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일게 했다. 안그래도 어제 다큐 인사이드의 일흔둘, 여백의 뜰. 전영애 선생님편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참이었다. 날 울렸던 장면은 전영애 선생님의 짤막한 인터뷰였는데 "어린 시절의 사랑받았던 기억, 부모는 아이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줘야해요. 이것이 결국 그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겁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나는 흐르는 눈물을 한동안 멈출 수 없었다. 괴테 연구자이신 선생님께서는 또, "사랑.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것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해요." 중간중간 괴테의 말을 인용해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그러다 오늘 펠레의 마지막 말이 사랑하고 사랑하라.는 이라니. 삶의 한가운데에서도 삶의 끝자락에서도 인간이 결국 원하는 건, 사랑이구나. 덕분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곱씹는 오후가 됐다.
이틀 째 휴가를 맞이하고 있는 나는,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하고 있고 비울 건 비우고 버릴건 비우고 가져갈 건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오후엔 갑자기 책이 읽고 싶어져 잠시 하던 모든 일을 중단하고 세스 고든의 책, 시작하는 습관을 다 읽어내려갔다. 그러니 벌써 오후 세시다. 하루에 책 한권 아니 반 권만이라도 읽으면 마치 엄청난 것을 해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책은 매 초 매 분 매 시간 선택의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조금은 더 나은 결정을 하게 해준다. 책을 허투루,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올해 막바지 일이 다가오니, 친한 친구들에게서도 안부 인사가 걸려온다. 어제는 친구 미리와 통화하면서 "미리야, 정확히 딱 일년 전의 나를 떠올려 봤어. 그러곤 오늘의 나를 돌아봤어. 놀라운 건 뭔 줄 알아? 난 당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거야! 1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거야. 나 사실 너무 놀란거 있지. 나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 이제 까짓거 내 삶. 변화시켜 볼거야!" 하는 게 아닌가.
내 의지가 이리도 강했던 적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내심 나, 정말 달라질 건가봐. 스스로 그런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루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루 동안 나는 더 내 삶을 정리해 볼 참이다. 지금 내 집 안은 퐁퐁퐁퐁 세탁기가 쉼없이 돌아가는 소리가 BGM을 깔아주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내 생각과 삶을 정리하고 싶을 땐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탈탈 털어 널고 설거지를 뽀득뽀득하고 방 구석구석 방바닥이 뚫릴 정도로 닦고 쓸고를 반복한다. 불필요한 물건은 나눔을 하거나 당근을 하고 가뜩이나 없는 살림살이를 더 없게 한다.
내 살림살이만 보면 참 없이 산다는 말이 맞다. 그러나 삶의 주인인 내가 이리 없어도 불편하지 않으니 내 주변인이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저 나답게 내 취향 껏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 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된 지 몇 년이 되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20대에 알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울 때가 있다.
타임 이즈 머니.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날 바짝 긴장하게 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기에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곧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생각이다. 나는 달라져야 한다. 나는 달라졌다. 나는 변화했다. 나만의 주문을 매일 외우는데, 이제 더이상은 ~해야 한다.가 되지 않는다. 내 주문은 늘 이런식이다. 나는 이미 ~했다. 나는 이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1월 1일 땡하고 바로 시작할 거리 및 놀이들을 나름 빼곡하게 적어놓았다. 삶이 소풍이고 여행인데, 도대체 우리 인간은, 나는,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내 상황을 자책하며 비관하며 우울해하는 거지? 그럴 시간에 어떻게 하면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내 기분이 나아질까? 나는 어떨 때,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지?.의 질문으로 바꿔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