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쿡

by miu

이른 새벽, 눈 뜨자마자 컬리에서 엑스트라버진 오일과 후추를 주문했다. 요즘 부쩍 그것도 아침 일찍 1일1쿡을 하다보니 식재료가 빨리 닳는다. 오전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내가 하면 가장 기분 좋은 일 중의 하나인 요리.를, 즉 1일1쿡하고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답이 없어서다. 물론 요즘 인터넷엔 갖은 레시피들이 차고 넘치지지만, 개인적으로는 요리에 완벽한 레시피는 없다고 생각한다. 레시피가 무엇이든지 간에 맛이 좋다면 장땡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 레시피는 꼭 나와 닮았다. 당최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떤 재료와 향신료를 넣을지 모르는 다소 미스테리적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맛은 기가 막히다.


그러고보니 요즘 오전까지는 시간적 여유있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해 1일1글, 1일1쿡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전 시간에 이 두 가지를 마친다는 점에서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나만의 소소한 행복과 낭만을 맘껏 누리고 있다. 사실 별 다를 거 없는 우리네 하루, 일상에서 각자의 멘탈을 붙잡기 위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거창한 게 아니라 소소한 것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함, 즐거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글이고, 요리고, 책읽기인 셈이다. 요리할 때, 기존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그 레시피를 변형해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고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내 요리는 기존 레시피를 따라 본 적이 없다.


이 재료에 이 맛을 더하면 어떨까. 이 재료를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등등 요리를 하는 내내 내 머릿속의 생각회로는 쉴틈이 없다. 내 성미상 정확한 계량을 재가며 한다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고 뭐든 조금, 살짝, 그만 등 당최 계량을 가늠할 수 없는 추상적인 말들을 써가며 뚝딱뚝딱 요리한다. 가끔은 이런 내가 재밌고 웃기다.


완성된 요리도 만드는 사람의 성미와 성격과도 꼭 닮는 걸까. 내 요리는 내 성미와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치만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라는 것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오늘 아침 만든 요리도 사실 딱히 이름이 없다. 그저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든 것인데, 재료라곤 닭가슴살과 그린 올리브, 토마토, 치즈가 전부다. 무튼 미리 마리네이드 해놓은 닭가슴살을 노릇하게 구워 슬라이스해놓았고 여기에 그린 올리브, 방울 토마토 슬라이스를 나만의 드레싱을 한데 섞어 살살 버무렸다. 그 위에 페코리노 치즈를 솔솔 뿌려 마무리했다.


수수한 미니 도자기 그릇에 2스푼 담아 아침으로 먹었고 나머지는 도시락 통 하나에, 나머지는 유리로된 보관용기에 담아두었다. 1일1쿡 하면서 좋은 점은 내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알뜰하게 살뜰하게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 달까. 건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준다.


친구들 만나러 갈 때 종종 내가 만든 음식을 예쁘게 포장해 선물로 들고 가곤 했는데, 소소하지만 먹을 것을 나누는 기쁨 또한 요리의 매력이다.


내 요리는 나처럼 때로는 엉뚱하기도 당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을 때도 있지만 그 맛은 환상적인데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고로 매력적인 날 닮아 내 요리는 매력적이다. 그러므로 1일1쿡 하고 있는 요즘, 내 매력을 내 요리에 최소 하루에 1번은 뿜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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