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무늬라면 덥석 눈길부터 가는 확실한 취향을 가졌다. 정확히 말하면 호피무늬를 좋아한다. 레오파드 바지, 스커트, 셔츠, 지갑, 파우치, 우산, 퐁퐁이 가방 등... 소위 레오파드 감성을 좋아한 지 꽤 오래되었다.
호피무늬는 나와 꼭 닮았다. 특히 호피 무늬 스커트를 주로 즐겨 입는다. 과하지 않으려면 윗 옷은 반드시 심플해야 한다. 그러면 호피무늬라 할지라도 멋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하면 호피무늬라고 한다. 워낙 즐겨 입기도 했고 호피무늬 자체가 내 이미지와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처음엔 내가 그렇게 강해 보이나. 이미지가 쎄 보이나.싶었지만 그러면 어떠랴. 호피무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피무늬와 분위기가 꼭 알맞다는 건 나름 들어도 괜찮은 말이다.
어우, 호피무늬 옷을 입으면 좀 과한 거 아니냐. 과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매일 입는 것은 아니기에 또 그때그때 내 기분과 태도에 맞춰 옷을 입기에 절대 과하지 않을뿐더러 그 과함 혹은 화려함을 그 외 다른 요소로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잡아주면 될 일이다.
특히 여름엔 얇은 호피무늬 롱 스커트를 즐겨 입는 편인데, 옷이 살랑거리는 가벼움이 좋기도 하고 상의는 흰 셔츠 혹은 흰 티셔츠나 네이비나 검은색의 단조로운 색으로 입어주면 나름 세련돼 보이며 스타일리시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액세서리는 자연스레 생략되고 가방과 신발 또한 심플해진다. 나만의 룰이랄까. 호피무늬 옷을 입을 땐 힐은 절대 신지 않는다. 편한 운동화여야지만이 내가 좋아하는 호피무늬 그 특유의 감성이 되살아난다.
최근 옷장을 둘러보다 그 많던 내 옷들은 어디로 갔을까. 물음표가 크게 들었다. 카디건과 니트, 스커트들만은 자라 옷을 즐겨 입었는데, 요즘의 자라는 내가 즐겨 입던 시절의 스타일이 영 사라진 거 같아서 많이 아쉽기도 하고 그때 당시 그 많던 예쁜 옷들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함부로 옷을 버리진 않았을 터인데 그때의 옷이 왜 하나도 남지 않았는지. 머리를 쥐어짜고 사라진 옷들에 대한 흔적을 기억해 내려고 해도 도무지 추적이 안되어 체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피무늬 스커트와 곧잘 입던 내가 아주 예정하던 4년 전의 검은색 카디건이 못내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질 좋은 기본 카디건에 작은 진주들이 별처럼 수를 놓듯 놓아져 있던 옷이었는데 다시 사고 싶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 디자인을 파는 곳이 없다. 사라진 내 옷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쁘고 독특했던 펜슬 스커트들도 여럿이며, 진 그레이 보들보들한 겨울 옷감에 금박이 줄무늬들이 규칙 없이 찍어진 옷이며, 가방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에 와서 그 많던 내 옷들이 너무도 아쉬운 건 옷도 유행이라 지금 갖고 싶어도 사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어 아예 살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만의 개성과 안목을 보여주는 옷들이었기에 지금 그 옷들을 입는다면 세상 힙하고 멋질 것 같다는 나의 작은 욕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호피무늬 옷을 입고 외출할 때면 난 마치 천하 대장부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호피무늬는 아무나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 자신이 옷발이 잘 선다는 거만함은 아니며 단지 어떤 어려움이나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겠다.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나의 선한 의지이자 다짐이며 개의치 않고 나는 내 삶을 산다.는 일련의 나의 작은 개똥철학을 담은 소심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가끔 지나다 보면 호피무늬를 아주 깔끔하게, 니트하고 타이디하게 소화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전혀 과하지 않고 오히려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분위기가 있다. 아우라가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으면 난 속으로 전우애 혹은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난 그들에게 엄지 척까지 잊지 않는다. 호피무늬에서 오는 거침없는 매력을 자신만의 분위기와 중화시켜 남다른 개성을 재창조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으며 분명 자신만의 개성과 안목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확신까지 하곤 한다.
까무잡잡한 구릿빛 피부에 잘 어울리는 그리고 나와 합이 잘 맞는 옷 무늬 중의 하나가 호피무늬라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아이언맨 슈트가 그러하듯. 입기만 하면 나를 빛내주는, 때로는 거침없는 용기를 기꺼이 갖게 해주는 야릇하면서도 알뜰한 섹시함을 주는 호피무늬를 꾸준히 살피고 아껴주고 애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