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따뜻해지고 봄이 이러다 성큼 내게 말을 걸듯한 느낌이 든 오후였다. 어제 오후 원래 가던 길이 아닌 샛길로 샜더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됐다. 직선으로 곧장 가지 않고 곡선으로 가봤더니 얻게 된 새로움이자 발견이었는데, 그 발견이라함은 그 앞에 천이 완전하게 확 트인채로 펼쳐진, 앞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흔들그네였다.
30분 정도 산책하고 가자했던 길목에서 만난 이 나무의자에 나는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아낸듯 신이나했는데 나무 의자 그네는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 나는 홀린듯 그곳으로 향했다. 내 앞에 펼쳐진 따스한 오후 햇살과 듬성듬성 사이사이로 보이는 수풀과 천둥오리인지 싶은 오리들이 둥둥 물 위를 자유로이 거니는 모습이었다. 물의 표면과 햇살의 기가막힌 조화로 천은 반짝반짝 빛났고 그 모든 것이 이토록 조화로울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이 풍경 하나에 자연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꽂고 있던 이어폰의 볼륨을 더욱 높였고 한동안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숨을 들이마셨다. 어느새 내 두손은 가운데로 모아졌고 우연히 만난, 오늘의 이 자유를 만끽하는데 집중했다. "음. 아름다워. 이토록 아름답기 있기." 이 풍경, 이 소리, 바람, 햇살, 내 발에 의해 살살 움직여지는 흔들리는 나무의자, 그리고 나... 지금 나만큼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난 행복한 사람.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 오늘의 이 발견... 날 둘러싼 그 모든 것에 감사해했고 행복해했다.
그렇게 난 또 사유했고 삶을 생각했고 나와 만났다.
정말이지 행복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순간순간 내게서 느껴지는 기분좋음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면 하루에도 수십번 많게는 백 번은 기분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를 발견하는 일, 나를 찾아가는 여정,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감사함을 느끼는 일... 작은 것에서 오는 기쁨을 나는 이토록 사랑하고 귀하게 여긴다.
어제 흔들 나무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자니, 뱅센느(Vincennes)공원이 오버랩됐다. 어제 내가 머문 그곳은 뱅센느 숲속을 연상케 했는데 마음에 어둠이 밀려올 때 종종 찾았던 곳이다. 완전한 숲 속이라는 설명이 딱 맞는데 가늘게 떨어지는 햇살과 휘황찬란한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아름답게 반짝이고 빛나던 개울, 거대한 나물들로 뒤덮인 그곳은 사방이 온통 자연 그자체였다. 그곳에서 난 걷고 또 걸었는데 그곳은 내 사유의 놀이터였고 그때의, 그 시절의 내 방황과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럴 땐 곧잘 생각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이렇게 오버랩되는 순간이 오면, 내겐 과거 현재 미래는 한 시공간에 나열하듯 평행하듯 존재하는 같은 차원의 것이라고 느껴진다. 어제 내 사유와 잠깐의 휴식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이 즐거움을 알아버린 차제에 내 삶은 이런 낭만 없이는 안되게 되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브리다에 나오는 구절도 다시금 되새겼다. "인간은 자기 운명의 주인, 실수를 저지를 자유가 있습니다." 내게 실수라함은,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다는 것. 스스로를 상처내고 괴롭혔던 시간이 있었다는 것, 도저히 어찌할 줄 모르겠는 어두컴컴한 동굴속에서 지리한 방황의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냈고 꽤 오랜 시간이었다는 것, 내 안의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에고가 만들어낸 걱정 불안 우울이라는 허상이 내 몸과 마음에 침잠하게, 오랜 기간동안 머물도록 내버려 두었던 일이다.
이 문장에서의 실수.가 왜 이리도 내 마음을 울렸던지. 여전히 내 마음을 가슴 깊이 울리는 문장이기도 하다. 이제는 알게 되었다. 나의 실수는 내겐 축복이었다는 걸. 내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다는 걸.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지금의 내 존재 이유들이었다. 이 실수에 정말이지 나는 진심으로 감사해한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충분히 방황할 껏. 마음 껏 방황할 것.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생각했던 건,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디 한 번 바닥 끝까지 마음껏 방황해보자."였다. 방황과 실수와 결핍은 날 성장시킨 존재였고 인생 스승과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방황, 실수, 결핍, 그 어떤 것이 온다한들 더는 두렵지 않다. 외려 "이번에는 내게 또 어떤 교훈을 주고 떠날까. 어떤 깨달음을 내게 선물할까."를 생각한다.
어제 스치듯, 눈깜짝할새 본 쇼츠영상에서, 이 문장이 날 사로잡았는데, "There is no losing. Only learning!" 요즘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 이 문장 하나에 나는 감격하고야 말았다. 나이가 들어서인건지 깨달음이 많아져서 인건지 나는 수시로 작은 것에 크게 감동받고 감격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인생은 자기 운명의 주인, 고로 나는 내 운명의 주인. 실수를 저지를 자유가 있다."로 귀결되었다. 나는 앞으로의 실수에도 결코 주저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나도 이 세상이 처음인 것을. 그러니 내 운명에, 내 실수에 너그러워져도 괜찮아!. 충분히 방황할 것. 실수엔 인정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울 것. 그 실수를 통해 성장할 것.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것. 나라는 우주.안에서 마음껏 유영할 것. 자유로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