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약속이 있은 후, 일하러 가기 전 한 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산책 할까. 카페에서 노트북을 켤까.하다 근처 폴바셋 카페안 모퉁이에 앉았다. 요거트 스무디 한 잔을 시켜놓고선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주변 직장인들로 만석이었다. 이어폰을 꽂고 성시경의 그 자리에 그 시간에.를 반복재생했다. 이 여유마저 나는 무척이나 감사하다.
이 한 시간마저 어떻게 하면 신이나게 재미나게 꼭 재밌지 않아도 즐겁게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내가 되었는데. 20-30분 정도면 글쓰기 한 편을 완성할 수 있고 그러면 30분이나 남게 된다. 한 시간 안에 글 한 편 쓰기와 책을 읽는 다는 건 내겐 꽤 낭만적이며 알차고 야무진 시간들이다. 혹시 몰라 챙겨온 우리는 사랑일까.책 하나에도 나는 안도했다.
쏜살같은 시간이 나는 요즘 왜이리도, 이토록 귀하게 느껴지는지. 지금 알고 있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라는 말이 곧잘 떠오를 때도 있지만, 이미 지난 걸 어떡하겠는가.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날 다독인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는 시간.이다. 지금에 집중하는 것. 현재를 사는 것. 내가 사는 그곳에 이곳에 내 일상, 삶의 현장 그곳에 집중하는 일.이 내가 내 시간을 귀하게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도 나는 이곳 폴바셋 이 자리에 이 시간에 여기에 앉아 있는 나에게.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매일매일이 내겐 선물같다고 하면 믿어질까. 나는 정말이지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어쩐일인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토록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늘 그때그때 떠오르는 글감이나 단어, 문장으로 내 글쓰기는 시작되는데, 오늘 오후 이 시간에 문득 떠오른 건, 리액션이 훌륭한 여자.였는데. 내 사유의 무작위함이란, 어떨땐 깜찍하면서도 어떨땐 참 못말린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늘 그렇듯 무심하게 내 양 손가락은 이미 키보드로 가있고 내 사유와 내 몰입과 내 글쓰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 내 삶, 내 일상 어느 것하나 내 선택이 아닌 것은 없었다는 생각이 일었다. 모든 것은 오롯이 내 선택이었고 앞으로도 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그 무수한 선택 앞에서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선택, 의미있는 선택,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확실한 건, 인생에 어디 정답이 있던가. 그 정답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내는 것도 역시 내 몫일 것이다. 내가 책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이유에서인데, 개인적인 경험으론 책은 내게 정답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날 사유하게 했고 깨어있게 했고 통찰하게 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조금이나마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했고 긴 어둠의 터널 안에서 일으켜줬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 하나에 시작된 나의 대답이 "리액션이 훌륭한 여자."라니 이것조차 참 나답다는 생각인데, 나는 진심으로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책을 벗삼아 노는 걸 좋아하고 물 속에서 한껏 자유롭고 싶을 땐, 즉흥적으로 수영장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천변을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공원에 앉아 잠시 자연과 호흡하다 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와 녹차 스무디 한 잔을 선물하고, 날 위한 취향저격의 접시 하나를 사고, 향이 좋은 바디워시를 하나 구매하고... 일상의 수많은 크고 작은 행위들에 진심인지라, 내게 주어진 그 모든 것에 그것이 크든 작든 이에 대한 감사함을 하루에도 수십번을 느낀다.
그러니 날 위한 작은 선물에도, 타인의 작은 선물에도, 내가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마음씀씀이에도 본인인 내 스스로가 감동받을 때가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이러니, 내 스스로가 웃기면서도 재밌으면서도 귀엽고 깜찍하지 않을 수가 있나.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렸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몸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날 위한 요거트 스무디 하나를 사면서도 행복해하는 날 보면, 정말이지 내가 진짜 맞는지 싶다. 이전의 내가 보았음 정말이지 놀랄 일이다. 내 삶에 만족할 줄 알고, 낭만을 알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감사할 줄 알게 되니 나에게 상냥해지고 너그러워지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도 더욱이 상냥해지고 살가워졌다.
내가 날 사랑하는데, 내가 날 귀히 여기는데, 타인 역시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상냥함을 잃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의 날 보면, 리액션이 좋은 여자.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리액션이 좋다는 게 별거일까. 여기에서 리액션은 내가 날 대하는 태도와 같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찐.으로 감동받고 감동해주고 사랑해주고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위로한다. 매 순간 감사함을 느낄 줄 알게 된 순간부터 내게 리액션이란 감사함과도 같은 의미가 되었다. 하루에도 사소하게 소소하게 이렇게 감동할 일이, 감사한 일이 많아서야. 나는 이런 내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는 듯한 내 자신에게 자주, 수시로 궁딩팡팡 해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리액션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편안함을 느낀다. 왠지 모르게 이 사람도 분명 자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일 거라는 것,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의 나를 보고 있자면 리액션은 잦아들기는 커녕 넘치는 상태라 어쩜 좋니.싶을 정도인데 아무렴 어떤가. 내가 내 스스로에게 주는 사랑과 리액션은 넘치면 넘칠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리액션이란, 내가 날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다.
"너 이렇게 깜찍하기 있기 없기."라는 내 스스로의 질문에 내 대답은 늘 있기.^^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