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기 전 하는 2가지

by miu

립스틱을 바르려고 뚜껑을 열어보니 분홍과 보랏빛이 적절히 섞인 립스틱이 거의 다써간다. 까무잡잡한 내 피부톤에 찰떡인 이 립스틱을 발견한 이후로 줄곧 이 립스틱만을 사용해왔다. 남대문 지하수입상가에서만 파는 3천 원짜리 립스틱. 구릿빛 내 얼굴을 좀 더 나답게 변신시켜주는 요물이다.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립스틱 1개를 사서 돌아오기에는 효율적이지 않아 우선은 보류하기로 한다. 내게 어울리는 립스틱을 입술에 펴바르고 나면 조금은 산뜻해진 내 얼굴에 미소짓곤 한다. 비타민D를 직접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오늘도 역시 조금 이르게 집을 나섰다.


나는 자주 도착지보다 두세정거장 전에 내리곤 하는데,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내 걷기의 목표가 분명하기도 해서 지루한 일이 아니거니와 걷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그 자체가 놀이가 되며 이만한 가성비 좋은 유산소 운동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약속 시간보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나오는 편이다.


공원을 여유있게 걷다가도 나는 곧잘 걸음을 멈추기를 반복하는데, 무언가 호기심 가득한 것들이 내 눈에 보이기라도 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미가 있다. 봄을 기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를 지나면서는 잠시 통나무에 기대어 있는 숨을 한 껏 들이마셨다 내뱉기를 반복했다. 청량한 기분이랄까. 내가 마치 자연이 된 듯한, 자연의 일부임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나는 그렇게 내 몸의 반응과 마음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 노력한다. 그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날아갈듯 가뿐하면서도 청량해진다. 그 청량함이 날 숨쉬게 한다.


요즘의 내 산책은 가까운 곳을 바라보는 것보다 먼 풍경을 바라보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풍경 너머 저 멀리 보이는 등선과 파란 하늘위 솜사탕 같이 피어있는 구름을 보고 있자면,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먼 풍경을 바라보며 내 삶을 이에 빗대보기도 대비하기도 한다. 멀리보는 연습.을 하듯, 내 삶도 서두를 것 없다고. 될일은 된다.고 그저 내 맡겨보는 일.이라며 날 다독인다.


이렇게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보니, 나만의 작은 습관들이 생기게 되었는데, 어제 늦은밤, 여느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루틴에서, 내가 잠자기 전 하는 2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거창하진 않지만 내게는 별거인 내 자기전 루틴은 이러한데.


첫번째는 내일 입을 옷가지들을 정해 가지런히 꺼내놓는다. 가지런히 포개어 놓을 때도 있고 옷을 펴놓은 상태로 둘 때도 있다. 정말 별 거 아닌 일이지만 내겐 내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하고 셋업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서도 빠지지 않는게, 내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다. 요즘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다. 내 생각과 마음을 좀 더 이지하고 심플하게 만든달까.


두번째는, 스트레칭 그리고 내게 전하는 감사인사인데, 잠들기 전 스트레칭을 빼놓지 않고 한다. 다리 팔, 상체 하체 순차적으로 여러번 반복해서 근육을 당겨주고 스트레칭을 마무리한다. 내 안의 잔근육들이 쫙쫙 찢어지는 듯한 기분은 내 의식을 각성하게 하고 깨어있게 한다. 그러면서 내 몸도 자연이라는 생각은 물론 명료하게 파릇하게 살아있음을 의도적으로 느끼게 된다. 스트레칭을 하면서든 마무리하고나서든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뱉기를 반복하다 모든 게 안정이 되었다.싶을때, 두 손을 정중앙으로 모으곤 명상을 한다.


명상에 낮과 밤이 있으랴. 내겐 명상은 내 몸과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류가 되었다. 이 과정은 자고 일어났을 때의 내 하루에 큰 생명력을 준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우울을, 슬픔을... 부정적인 감정을 자기 전 침대로 불러 일으키지 않으려는 나의 지리한 노력도 이런이유에서이다.


자기 전 좋은 생각으로 잠이 드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과 의식은 각성되고 그 기분과 감정과 태도가 고스란히 뇌에 저장된다고 믿는다. 그러고보면 낮과 밤의 시간적 분류가 정말 중요할까.싶다. 24시간이라는 하루도 우리가 만들어낸 기준일 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인생은, 삶은 그저 사는 것.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면 낮과 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개념도 의미도 어쩌면 달리 해석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날 잠자기 전 좋은 생각을 하기.로 이어지게 한다. 내 정신이 맑으면 맑을 수록 내가 날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의도적인 삶을 살게 되고 내가 할 일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분명해진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날. 발견하는 새로움이란 덤이고 선물이다.


평범한 것 같지만 내 스스로가 평범하지 않다고, 사소하지 않다고, 별 거 아닌게 아니라고 느끼면, 그 순간 내 행위는 깊어지고 가치있어지게 된다. 내가 사는 방식이자 지금의 내 삶의 태도이다.


어제는 늦은밤, 스트레칭 하기 전 배가 출출해 알맞게 익은 바나나1개와 요거트1그릇을 먹었더니 왜 이리 행복하던지. 한 스푼 남은 요거트까지 싹싹 긁어가며 야무지게도 먹고 있는 내가. 그저 좋았다.


유한한 삶. 나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을 곱씹다 보면 내 인생이 이토록 소중해보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조금 살아보니, 삶은 정말이지 그냥 사는 것이었다. 주어진 삶 속에서 내 운명을 만들어가며 깨닫고 성장해가는 것. 그게 인생이고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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