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박물관안 야외에 놓여있는 생각하는 사람.동상 앞에서 나는 한동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기운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마치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듯했고 그렇게 그의 모습에 내 모습을 투영했다. Je pense que... 영어로는 I think that, 우리말로는 내 생각에는 정도로 해석될텐데. 그 동상앞에서 나는 너무도 자연스레 메멘토 모리.를 떠올렸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마음 속에 늘 새기는 말이기도 한데, 죽음을 기억하라. 이 단어는 내겐 그저 라틴어가 아닌 마법의 단어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진다는 걸 몸소 체감한 탓일까.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나는 언젠가 죽는다. 내 삶은 유한하다.라는 생각은, 살아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둘러싼 그 모든 생명과 에너지에 그저 경건해지고 초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다는 건 죽어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내 마음 속에 수시로 새기는데,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즉,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내 일상은 매순간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그러다보니 두려울 일이 없게 된다. 용기와 도전이라.는 녀석이 불쑥, 수시로 내 마음을 두드리곤 한다.
대학교2학년때이던가. 서울시립미술관 로댕 전시를 혼자 보러 갔었다. 한참이 지난 후 파리에서 로댕의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다시 마주할 줄이야. 이마저도 필연이었던가.하며 그 앞에 홀연히 서있던 내 모습이 유독 선명하게 그려지는 아침이다.
죽음을 명확하게 선명하게 느끼고 깨닫고 인식하면서부터 우울, 무기력감, 불안, 상처,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에게서 한껏 자유로워졌다. 그 모든 것은 다 일시적일 뿐이며 허상일 뿐, 실체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삶에 의연해지는 법도, 초연해지는 법도 같은 방식으로 배워나갔다.
사유하다 보면, 사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는 곧잘 "이게 바로 알아차림인가. 깨어있음이구나!"한다. 그럴때면 나는 굉장히 직관적이면서 철학적이게 된다.
사유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사색하는 인간, 통찰하는 인간... 그럴때면 인간은 고차원의 매우 영적인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으로 이뤄낸 통찰이 쌓여 성장하는 인간, 내.가 된다.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이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