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듯

by miu

꾸욱 참고 길러보자고 마음먹었건만. 파마로 상한 머리가 감당이 되지 않아 두달 전 쯤 결국 잘라냈다. 그러고 나니 머리 길이는 뒤죽박죽에 그렇다고 레이어드 컷도 아닌 것이 아주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당분간은 질끈 묶고 다니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내 머리는 천방지축이 됐다.


최근 전신 거울을 새로 장만하고선 옷 스타일도 조금은 신경 쓰고 오래도록 중단했던 메이크업에도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봐도 예전 나의 그 예쁨 아닌 예쁨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닌가. 손가락으로 얼굴 이곳저곳에 갖다 대보기도 머리 가르마를 바꿔보기도 했으나 역시나 폼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5분여를 보내고 나니 문제는 헤어스타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삐뚤빼뚤 각기 다른 길이의 층에 매직을 한 머리라. 하......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겠다. 헤어스타일이 사람에게 굉장히 큰 영역이고 부분이어서 또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 늘 신경 썼던 부분인데, 그랬다 지금 이렇게 된 건 내 모습을 방치 혹은 방관한 죄였다. 아무리 요 근래 1년 새 내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복구 불가능한 수준까지는 오게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게 아닌가.하는 일말의 죄책감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냉정하게 지금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보았다. 자가검진으로는 다행히 복구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다음주 월요일엔 기필코 무조건 미용실을 방문하리라.결심했다.


무심히도 내 자신에게 신경 쓰지 못한 탓인데 머리도 내 에너지와 기운, 기분과도 같다고 생각해서 머리만큼은 늘 내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로, 내 매력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머리로 단장했었다. 그런데 이 중요한 걸 이렇게도 놓고 있었다니.


그러면서도 그래, 지난 1년 동안 너는 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지 참. 가끔 네 모습을 볼때면 애써 괜찮다.고, 알면서도 지나쳤던 적도 있었다고 시인했다.


11월 초, 조금은 이른 듯 카페에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듣고 있자니 새삼 이렇게 나의 1년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가는구나.싶다. 치열했던 지난 1년의 내 삶이 너무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러다 내 스스로가 정한 기한과 약속과 목표를 되짚어 봤고 생각보다 꽤 아주 제법 잘 해냈으며 12월이면 나와의 약속을 옹골지게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수고했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너의 그 예쁨과 매력을 다시 소환해도 되지 않을까. 이와 함께 헤어스타일에도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컬을 넣는 일이 시급하다. 볼륨을 살려야 내 이목구비가 확실히 살아나는데 미스코리아의 사자머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은 컬부터 넣어야겠다. 염색도 필수다.


이번에 바꿀 내 헤어스타일은 즉흥적인 혹은 기분전환용이 아닐 테다. 분명 내 자신에 대한 화끈한 선물.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꽤나 잘한다고 소문난 미용실에서 해볼 참이며 1년 동안 지루하게 방치했던 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의 묵은 떼까지도 멀끔히 사라졌으면 한다.


본래의 예쁨과 아름다움을 되찾기까지, 원상복구까지는 몇 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다. 이제는 서두르거나 급할 일이 없는데 내 외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 리듬에 맞춰 천천히 하나하나씩 시든 꽃에 물 주듯이, 나라는 정원을 아주 깜찍하고 당돌하게 다시 가꿔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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