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밌네. 내가 사는 집의 코 앞엔 항상 맥도날드가 있단 말이지."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에 맥도날드를 제일 좋아하기는 하나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며 더더욱 내 집을 정하는 데 맥도날드를 순위에 둘 리 없다. 하지만 집을 정하고 나면 그제야 어머 집 앞에 맥도날드가 있네!한다. 벌써 3번 째다. 서울 집 5분 거리에 맥도날드가 있었고 그 동네, 그 집에선 13년 넘게 살았으니 출퇴근을 맥도날드 로고 전등판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생각해보니 파리 살던 시절에도 3구, 15구 집 앞. 걸어서 5분이면 맥도날드가 있었다)
최근 이사한 집도 마찬가지였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맥도날드가 있다. 어제도 맥도날드 대형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다 "희한해. 내가 사는 집 앞엔 꼭 맥도날드가 있네.했더니 언니 왈, "역세권이니까 그렇지." 수긍하고야 말았는데.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통장잔고와는 상관없이. 무관하게. 내가 사는 집은 역세권 혹은 핫플레이스였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는 걸 알면서도, 허허 맥도날드와 난 인연일세.라며 굳이 기어코 의미를 부여하고 만다. 아무렴 어떤가. 맥도날드가 이젠 정겹기까지 하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회사원 시절,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 준비를 마치고 맥도날드로 가 맥모닝을 주문하고 간단히 요기한 후 여유 있게 30-40분 정도는 있다가 7시 20분쯤 지하철을 타러 갔었다. 한겨울 새벽녘과 아침 그 사이 적당한 어두컴컴함이 있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설탕 스틱 하나는 꼭 다 넣어야 한다)한 잔과 맥모닝을 즐기는 그 여유.란... 내겐 그 시간이 하루를 시작하기 전, 몸과 마음가짐, 생각과 태도를 정리하고 정돈하는 시간이었다. 맥도날드 매장 안 주황 불빛과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몇 년 새 그 새벽녘 맥모닝의 여유는 사라지고 말았는데.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새벽녘 그 시간은 완벽하게 나만의 시간이었다. 이른 시간 그렇게 그곳에 자리 잡고 앉아 있노라면, 내 눈에 비친 창 밖 풍경은 그 새벽 분주하게 출근길에 나서는 사람들, 서둘러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신호등 앞에 대기해 정차하고 있는 자동차들의 모습까지도, 어떨 땐 저 멀리 보이는 오피스 건물에 불이 켜지는 모습까지도. 분주한 우리네 삶의 군상들이 한눈에 들어오곤 했다. 삶의 생생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그 감성과 분위기가 그리 좋았다.
하는 일이 바뀌면서 하는 수 없이 출퇴근 시간이 늦어지게 되었는데. 하루를 새벽녘에 시작해야 오히려 생기가 돋는 내 개인적인 생체리듬과 생활 패턴과 습관을 생각하면 가장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 오래지 않을 거라 했지만 어쩌다 보니 길어지고 있다. 코비드가 끝나면 곧바로 원상태의 리듬으로 일도, 생활도 되돌아갈 생각이다. 조금만 잘 버텨보자.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맥도날드는 원래부터 나와 가까운 사이였다. 마포역에 있는 맥도날드는 만남의 장소였는데, 나의 절친한 언니들과의 번개는 늘 그곳이었다(직장이 있는 광화문역과 각자의 집 딱 중간이 그곳이기도 했고 역과 버스정류장이 코 앞에 있어 이를 놓칠 걱정도 없었으며 분위기 또한 좋았다) 갑작스러운 번개 땐, 우리는 그럴 때면 꼭,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혹은 700원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폭풍 수다에 늘 헤어지기 아쉬웠던 추억까지. 그럼에도 내일 출근해야지. 가자!와 함께 막차를 놓칠까 버스정류장까지 헐레벌떡 뛰어가던 추억까지도. 그곳에도 맥도날드가 있었구나.싶다.
문득 맥도날드와 나의 연, 혹은 관계를 생각하다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그 당시 부지런함은 나의 상징이었다. 희망이 있었고 꿈꾸던 미래가 있었고 활력이 있었고 내 삶은 그 비비드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비비드함이 다소 아니 꽤 많이 사라졌음을 느끼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놔둘 수는 없다고. 지금은 또 지금대로의 내 삶에서 최선의 생명력을 알맞게 채워 넣어야겠으며 코비드가 마무리되면 힘 껏 뛰어오를 수 있게.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만만의 채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요즘 부쩍. 그렇게 그 시절 그 물건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고, 노래가 그립고, 향기가 그립고, 장소가 그립고, 맛이 그립고...하다.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이미 지나간 시절과 시간과 추억과 감성이 이토록 그리워지는 걸 보니 새삼 나이가 드셨군요.싶다.
곧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또 다른 결의 현재의 생명력으로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