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by miu

전신 거울을 새로 사야지.하고선 미루다 어제 드디어 구입해 집으로 데리고 왔다. 무게감도 꽤 있고 튼튼하고 날씬해 보이는 효과까지. 흡족하고 합리적인 소비였다. 거울들이 다 비슷한 것 같아도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거울 자체의 퀄리티와 디테일이 천차만별이다.


거울을 새로 들이고 나니. 계속 거울만 들여다보는 것 같다. 전신 거울을 집에 들이지 않았던 지가 어언 1년은 된 듯하다. 이유가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지난 1년 간 외모가 내게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내가 얼마 전부터 전신 거울을 다시 새로 들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내 모습이 안 예뻐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겉모습에 너무 집중하지 않되 대신, 초라해지지는 말자.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영 내 외모가, 내 모습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일종의 신호였다. 예전만 해도 밖을 나가기 전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내 전체 모습을 보고, 확인하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거울을 다시 소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일적으로 복장이 아주 자유로워졌다고는 하지만 근래의 내 모습엔 온갖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거울을 스탠드 옆에 배치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메이크업 파우치를 꺼내는 일이었다. 내친김에 머리 드라이까지 했다. 아직 외출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오랜만에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쉐도우에 아이브로우,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 볼터치와 립스틱까지 그렇게 풀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완성된 내 모습이 오래간만이라 낯설었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졌는데, 풀장착하던 직장인 시절의 나의.얼굴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이렇게 전신 거울 앞에 앉아 메이크업과 헤어와 의상까지. 스스로 만족스럽게 하고서야 출근을 했던 나.의 모습까지도. 주름도 늘고 세월은 분명 흘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거울 속에 마주한 내 얼굴은 그때 그대로였다. 그러면서 나는, 어머! 나 원래 이 얼굴이었지? 어머머! 그대로다!... 이렇게 꾸미니 요로코롬 예쁜데 말이지...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소소한 꾸밈에 흡족해하며 얼굴엔 갑자기 생기가 도는 게 아닌가. 난 분명 활짝,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전신 거울을 새로 들인 건 잘한 일이었다. 사실, 전신 거울을 들이지 않기 시작한 때는 내 스스로가 정한 기간 동안 몰입하고자.했던 그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몇 개월 동안 몰입하기로 맘먹었던 터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지친다는 핑계로 더더욱 꾸미지 않는 내 모습을 합리화하며 정당화하며 조금은 내려놓았다는 것이 맞겠다. 그리고 그게 편했고 남의 눈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잠깐만. 잠시만이라 했던 게 어느덧 10개월이 다 되었다.


그렇게 불과 몇 분 만에 눈감짝 할 새 변신해버린 내 모습을 보자 느닷없는 자신감과 희망이 차올랐다. 마치 슈렉의 피오나 공주가 마법에서 풀려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한참을 거울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머리에서부터 눈썹 모양, 쌍꺼풀 모양, 눈동자, 콧대, 콧구멍, 입술, 턱까지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와우 이렇게 긴 시간 내 얼굴을 마주하고 관찰하고 살펴보았던 일이 이리도 오래되었구나.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크게 달라진 건 없구나.라고 다시 한번 안도했다.


새삼, 그리고 다시 전신 거울과 친해져야겠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난 몇 개월 간 내 전신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건 너무했다. 오늘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거울 앞으로 달려가 얼굴 상태와 피부를 확인했고 굿모닝!하며 미소 짓고야 말았는데, 날 다시 좀 챙기라고. 아무리 그래도 초라해지지는 말아야지.라는 초라함과 수수함 사이 그 초극간의 경계에서 내게 신호를 준 듯. 그렇게 난, 유휴, 내 모습 이만하면 되었다.혹은 예쁘다.의 상태와 기분을 다시 유지하기로. 다시 예쁨의 상태로 과하지 않게 서서히 돌아가보자.생각했다.


나만의 계획과 목표나 몰입도 좋지만 나다운 느낌과 분위기는 잃지 말아야한다.는 것과 가끔은 전신 거울로 내 표정과 체형과 태도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일 또한 꼭 필요하다.는 것까지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로 들인 전신 거울에게 출퇴근 도장을 찍겠노라.마음먹었다.


거울아 거울아 뭐하니?

난 백설공주는 아니나 피오나 공주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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