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앤라라 Jan 20. 2022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

마음의 자리_결혼 상대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친구가 이혼 소식을 전해왔다. 요즘같은 세상에 특별할 것 없는 소식일 수 있으나, 겪어내야 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혼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렸다고, 황혼이혼이 정말 많더라고,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텅 빈 마음을 감추기라도 하듯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이어가는 친구를 보며 헛헛하게 웃었다. 

어떤 결정이든 하루라도 빠른 것이 나은지, 결과를 알 수 없으니 오래 고민하고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 나은지 알 수 없어서 "잘했다" 한 마디를 건넸다. 많은 말 대신 친구가 듣고 싶어할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위로였다. 


친구는 처음부터 그런 놈을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친구는 그때 자기가 뭐에 씌었던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사랑은 개뿔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추억할 날이 올 거라고 말했다.  


남편의 외도로 갑작스럽게 이혼을 결정하게 된 친구는 소리내 울지도 않았다. 결혼생활 4년 동안 늘 마음의 준비를 하며 살아서 담담하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도리어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지옥같았을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울지 못하는 친구를 대신해 실컷 울고 욕하고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성인이 된 이후 '취업'과 '결혼'은 우리에게 주어진 커다란 과제였다. 취업을 해결함과 동시에 결혼에 대한 부담이 밀려왔다. 주변의 지나친 관심과 우려가 결혼에 대한 중압감을 더했다.

 

결혼은 사랑의 한 과정이어야 하는데 그 나이에 이뤄내야 할 목표나 과제처럼 여겨지니 좋지 못한 선택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 결혼적령기에 만난 사람이라서, 연애를 오래 했으니까, 남들도 다 하니까 떠밀리듯 결혼하는 경우 대부분 후회를 낳는다.   


많은 지인들이 결혼상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물건 고르듯 장단점을 주르륵 나열하고, 이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려고 한다. 그런데 살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게 결혼이라 그런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그저 그런 식의 점검이 너를 더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주지는 못할 거라고 조언했다.

  

결혼은 현실이다. 연애할 때처럼 매일 좋은 식당에서 외식할 수 없고, 여행하듯 매일 좋은 풍경만 보며 살 수 없다. 누군가는 막힌 하수구를 뚫어야 하고, 더러워진 화장실을 청소해야 하고, 거실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을 치워야 한다.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 대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결혼생활은 좋든 싫든 상대와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사건을 공유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삶을 공유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희생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상대와 이 모든 것을 공유하고 희생할 마음이 없다면 결혼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결혼은 혼자 만큼 편할 수 없지만 둘이라는 위안이 생긴다.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지, 내편이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준비된 사람'을 만나면 결혼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 


지금 결혼 상대를 고민하고 있다면, 나와 상대가 결혼할 준비가 됐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내 인생에서 나를 위해 결정할 수 가장 값진 일이니,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나이에 떠밀리듯 하는 결혼이 아니라 온전히 나와 그를 위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어야 한다. 때때로 찾아올 쓰디 쓴 현실도 감내하며 살아갈 자신이 있다면, 그만큼의 책임감과 사랑이 있다면, 하나보다 둘이 행복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다음에는 좋아하는 10가지가 아니라, 싫어하는 10가지가 없는 상대를 만나.


친구와 헤어지면서 친구니까 가능한 조언 한마디를 남겼다. 부디 친구에게 하루 빨리 '준비된 사람'이 찾아와주길 바라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