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면서 흔치 않은 풍경
코로나가 창궐하고 난 뒤 가끔 아이들을 맡겨놓고 외출해서 둘이 카페도 가고 시샤(물담배)를 하기도 했던 우리 부부의 취미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 확진자 수가 늘어가고 있을 때는 마치 세상에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확진자 한 명 한 명의 정보와 동선에 대해 귀 기울이고 조심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쩌다 밖에라도 나가게 되면 마스크에 장갑에 알코올 소독으로 무장하고 숨도 아껴서 쉴 정도로 겁을 먹었는데.
길었던 락다운(*락다운- 식료품점, 약국, 병원, 주유도 등 꼭 생활에 필요한 가게만 문을 열고, 일정 시간 외에는 모든 이동을 통제하던 시기)이 끝나고, 드디어 스타벅스 드라이빙 스루가 문을 열자마자 남편을 졸라서 달려가 마셨던 그린티 프라푸치노, 이 한 잔의 음료가 마치 나에겐 길고 긴 억압에서 벗어난 상징처럼 느껴졌다. 직원에게 건네받자마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스크를 살짝 내려 맛을 보던 그때의 그 기분은 몇 년이 지나도 계속 떠오를 것 같다.
그 이후 우리 부부의 데이트는 카페가 아니라 차 안으로 바뀌었다. 좋아하는 노래도 맘껏 듣고,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스트레스가 휙 날아가곤 한다.
지난 주말에도 음료 한 잔 주문해서 어딜 갈까 하다가.
해변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밖은 지글지글 끓겠지만 에어컨 빵빵 틀어둔 차 안에서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기름이 나와서 참 다행이라고, 지금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밖이 부릉부릉 시끄러워졌다.
각양각색의 슈퍼카들이 우리 차 옆을 지나 유유히 지나치고, 있었다.
처음에 다섯 대 정도 지나갈 때는 아랍 부자가 가족들끼리 드라이브 나왔나? 생각했는데,
열 대가 넘게 지나가는 것을 보니 아마 아랍에도 차 동호회가 있나 보다.
물론 주차장이나 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차들이지만, 이렇게 반짝반짝하게 닦아서 색색별로 몇십 대를 보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라서 급하게 핸드폰 사진으로 담았다.
화려한 슈퍼카들의 행진을 보면서, 남편이 저 차 한대당 대략 얼마일 거다 하고 가격을 알려주는 순간
갑자기 내가 타고 있는 시원한 에어컨을 내보내 주고, 아지트가 되어주던 내 차가 좁게 느껴졌다.
20만 원 받고 청소하는 사람이 사는 가 하면 아파트 값의 차를 여러 대 가진 사람도 있는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삶에서 돈이 주는 가치에 대해 다시 정의를 내렸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월에 20만 원 버는 사람에게는 50만 원만 벌면 인생이 마냥 행복할 것 같고, 만족스러울 것 같겠지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위에 있는 사람만 쫓아가다가는 지금의 행복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중에 가서야 그때 그게 행복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