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6살에 기저귀를 뗐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

by 행복수집가

내 아이는 유치원에 들어가는 5살에도 기저귀를 떼지 못했었다. 볼일을 볼 때는 항상 기저귀에 했고, 기저귀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했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 6살 상반기에 드디어 기저귀를 뗐다.


그동안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아이 스스로 하는 노력이 아닌 부모가 하는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왔다. 기저귀 떼는 것에 아이보다 내가 더 노력하고 집착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은 아이와 나, 둘 다 무척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저런 시도를 다 해도 안 되는 걸 보면서, 내가 해야 할 건 ‘믿고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저귀 떼기에 대해 애쓰며 집착하던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폭풍이 지나고 잔잔해진 것처럼 마음이 조용하고 고요해졌다.


이건 내가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니 마음이 오히려 가볍고 편해졌다. 내가 할 게 없으므로 아이가 스스로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집착을 내려놓고 아이를 바라보니 그동안 ‘기저귀 못 떼는 것’에 가려져 있었던 ‘이쁘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 이 더 선명하고 크게 보였다. 그러면서 내가 아이의 못하는 것만 바라보고 있을 때 아이가 이쁘게 잘 자라고 있는 많은 순간들을 놓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턴 지금 이 순간 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모습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아이를 지켜보니, 아이가 스스로 하는 노력들도 보였다. 아이는 매일 변기에 앉는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기저귀를 하고 쉬를 할 때도 변기엔 꼭 앉아서 했고, 한 번씩 기저귀를 벗고 ‘나 변기에 앉아볼래’ 하고 스스로 앉아보기도 했다. 아이는 나름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이를 보니 그동안 노력을 몰라주고 답답해했던 나 자신에 대해 깊이 반성하게 됐다. 아이는 이렇게 노력하고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속도에 맞추지 못한다고 조급해했던 게 미안했다.




그리고 수지가 작년 다섯 살의 어느 날, 유치원에서 처음 쉬를 했다고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다. 선생님은 약간 상기된 목소리에 기뻐하시며 수지가 변기에 쉬 했다고 칭찬 많이 해주라고 하셨다.


그때 너무 놀라서, 이제 드디어 기저귀를 떼나 싶었는데 그 후로 수지는 6살에 올라갈 때까지도 기저귀를 완전히 떼 진 못했다. 유치원에서는 변기에 하루에 한 번 정도 쉬하고 나머지는 기저귀에 했다.


한 번 변기에 쉬 하면 곧바로 기저귀를 떼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수지는 변기에 적응하는 것에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아직 완전히 떼지 못한 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잔소리를 하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가 하는 대로 그냥 두었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하루에 한두 번 변기에 쉬 하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그래서 조금 느리더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 아이를 계속 믿고 기다렸다.


그렇게 가만히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6살이 되었다. 6살이 돼도 수지는 가방에 기저귀를 여전히 챙겨갔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수지가 유치원 가방에 넣어간 기저귀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하루에 꼭 한 번은 기저귀를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저귀를 쓰지 않고 가방에 그대로 넣어 오는 날이 늘어났다.


그리고 내가 수지에게 변기에 쉬 했냐고 묻기도 전에 수지가 먼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오늘 기저귀 안 하고 변기에 쉬 했어.”


이 말을 하는 수지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나도 했어! 할 수 있어!’ 하는 마음의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했다.




그런데 수지가 유치원에서 기저귀를 하나도 안 쓰고 변기에 쉬 한 날도 집에서는 기저귀를 썼다. 집에서는 변기에 앉아도 편하게 쉬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재촉하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수지가 스스로 마음이 정해지면 알아서 할 거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지가 집에서 변기에 쉬를 했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전 날까지만 해도 기저귀에 쉬를 하던 아이가 오늘 갑자기 변기에 스스로 쉬를 한 것이다!


이 순간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린 꿈이 이뤄진 것만 같았다.


그동안 조용히, 가만히 아이를 믿고 기다린다고 겉으로 큰 요동은 없었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는 수지의 기저귀 떼는 날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린 건지, 그 간절함의 크기에 대해 새삼 발견한 날이었다. 나와 남편 둘 다 정말 크게 기뻐하고 크게 감동했다.


아이에겐 정말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다.

아무렇지 않게 변기에 앉기까지, 그 촉감에 적응하기까지, 그리고 실제로 쉬를 하기 위한 마음의 긴장을 푸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정말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리면, 때가 되면 다 되는 거였다. 내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기다리며 되는 거였다. 이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노력을 하고 있었고 결국 자기 스스로 해냈다.


수지는 집에서 변기에 쉬 한 이후로 지금까지 변기에 잘하고 있다. 정말 오랫동안 변기를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편하게 변기에서 쉬를 한다. 정말 감사하고 대견하고 기쁘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안다. 아이가 엄마의 불안을 먹으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엄마의 불안은 아이를 시름시름 앓게 한다. 그때 되면 후회를 한다. 내가 그러지 말걸 하고.


엄마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믿고 기다려주면 아이는 엄마의 믿음을 먹고 건강히 자란다. 엄마의 믿음을 먹고 자란 아이는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수지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있어야 할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의 성장에 대해서 내가 조급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고 기다리면 된다는 것. 아이는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


이 깨달음은 앞으로의 육아 여정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고, 깊은 가르침이 될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마음을 평생 잊지 않고, 늘 되새기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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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글)

이 글을 검색해서 보신 분이 있다면 분명 아이의 기저귀 떼기에 대해 불안하고 걱정돼서 보시는 분들일 거예요.


내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도 유일하게 혼자 끝까지 기저귀를 못 뗀 아이였고, 유치원에서도 유일하게 혼자 기저귀를 가져가던 아이였어요. 그랬던 아이가 6살 상반기에 기저귀를 뗐어요.


저와 남편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돼도 기저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아이가 6살엔 기저귀를 떼겠지, 7살엔 기저귀를 떼겠지 하는 기한을 두지 않았어요. 그 기한은 부모의 기대이므로 그 기대에 못 미치면 크게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실망하게 되면 그 부정적인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졌어요. 그래서 기한을 두지 않았어요.


아이의 때는 아이만이 아는 것 같아요. 자기의 속도대로 꾸준히 가고 있는 아이를 그저 믿고 기다려주세요. 아이의 삶에 부모의 기대가 기준이 되게 하지 말고 아이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음을 그저 바라보고 믿어주세요. 그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언제가 되든 아이는 반드시 기저귀를 뗄 거예요.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가고 있어요. 그 길에 격려와 응원만 해주세요. 아이는 부모의 믿음을 의지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가요.


기다리는 그날은 반드시 올 거예요. 기저귀 못 떼는 것에 집착하여 다른 이쁜 모습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라요.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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