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소풍 도시락 싸며 느낀 마음
며칠 전, 아이의 소풍날이었다. 그 날 오전 1시간은 회사에 외출 신청을 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싸기에 집중했다.
나는 요리에 딱히 소질이 없고 손재주도 없어서, 아이 도시락을 싸는 날이 오면 며칠전부터 바짝 긴장이 된다. 수지의 작은 도시락 하나 싸는 게 나에겐 아주 큰 이벤트다.
이번 도시락 구성은 김밥, 하트 샌드위치, 딸기로 정했다. 김밥 재료도 미리 준비해놓고 소풍 당일 아침에는 햄을 굽고 계란지단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준비하다보니 부엌은 난장판이 됐다.
그래도 하나하나 하다보니 도시락은 점점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좀 어설프고 부족하지만 엄마의 최선을 담은 도시락이 완성됐다.
아침에 우당탕탕 도시락 싸기를 다 하고 나니 수지 등원 시간이 가까워 와있었다. 그래서 얼른 씻기고 옷 입히고 이쁘게 머리도 묶어주고, 가방에는 도시락과 간식도 야무지게 챙겨주었다. 수지는 평소보다 2배는 더 무거운 가방을 매고 즐겁게 잘 가주었다.
도시락 싸느라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수지도 등원 시키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놓이면서 편안해졌다. 수지를 등원시킨 후 가뿐하고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어질러진 부엌을 정리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진짜 엄마네.'
결혼 하기전, 지금의 남편과 연애할 때도 김밥 도시락 한번 만들어 본 적 없었다. 데이트 할 때 먹는 건 늘 사먹었고, 나는 본가에서 살았던지라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편하게 얻어 먹기만 했다. 내가 요리 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랬던 내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니, 아이 도시락 싼다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김밥을 싸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김밥 싸는 게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한번도 안해본 나에겐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니 생전 안해본 것도 하게 된다.
내가 아무리 소질이 없고 잘 못하는 것이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그게 무엇이든.
엄마가 되고 이렇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좋다. 예전엔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안할 핑계를 찾으며 최대한 피해보려 했던 나인데, 엄마가 된 지금은 '내가 잘 못해도 해보려는 노력' 을 하게 된다.
엄마가 되고 모든면에서 조금 더 레벨업이 된 것 같다. 내 한계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한계라고 생각했던 영역의 바깥으로 넘어가려는 노력을 하게된다.
이렇게 조금씩 성장해간다. 엄마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아이를 키우며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엄마로 살아갈 수 있음에 마음 깊이 감사하고 내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