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정아빠 생신이어서, 친정식구들과 다 같이 외식을 했다. 수지까지 모이니 3대가 한자리에 다 모였다.
식구들은 수지의 행동 하나, 말 하나하나에 크게 기뻐하고 감동하며 즐거워했다. 수지랑 같이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작은 아이가 주는 기쁨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이렇게 가족들이 한자리에 다 모여서 웃고 있는 순간에는 늘 따뜻한 행복을 느낀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웃음꽃이 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웃음의 중심에는 뭘 해도 이쁜 손녀이자, 조카이자, 딸인 수지가 있다.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친정 아빠가 흐뭇한 표정으로 수지를 보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빠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동네 입구에서부터 OO아~ 하고 나를 부르며 들어오셨어. 나를 참 이뻐하셨어. 내가 지금 수지를 보면 그때 할아버지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아빠에게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아빠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나에겐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아빠를 너무 이뻐해서 동네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아빠 이름을 부르며 들어왔다고 하셨다. 그건 얼마나 행복한 마음이었을까. 손주가 너무 이뻐서 아직 집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동네에 들어오면서부터 큰 소리로 손주의 이름을 부르는 건 얼마나 큰 사랑일까.
그때 할아버지에게 사랑받던 작은 아이가 지금은 이쁜 손녀를 가진 할아버지가 되었다.
우리 아빠의 손녀 사랑은 정말 남다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말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오직 손녀만 바라보고 무척 이뻐하신다. 이제 6살이나 된 19킬로나 나가는 오동통한 손녀를 매번 볼때마다 번쩍 안아 들어올리신다.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랑이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이런 힘이 날 수가 없다.
아빠를 보면 손녀바라기 할아버지는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마음에 담긴 사랑이 너무 커서 숨겨지지 않는다. 사랑이 흘러넘치고 또 넘친다.
수지가 태어난 후로는 아빠 삶의 기쁨이 손녀로 채워지는 걸 본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아빠는 손녀사랑으로 삶의 행복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손녀를 보며 어릴 적 자기가 할아버지에게 사랑받았던 것을 떠올리는 아빠를 보니, 수지가 할아버지에게 행복만 주는 것이 아니라 기억 깊은 곳에 있던 행복했던 시절까지 떠올리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녀를 사랑하는 지금 자기의 모습을 보며, 자기를 사랑했던 할아버지를 떠올린 아빠는 그 순간 잠시라도 조금 더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았을까. 사랑받은 행복했던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체온이 올라가니까.
사랑스러운 손녀가 사랑스러운 기억을 깨워준다. 아빠가 손녀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게 좋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아 웃음으로 가득한 수지의 얼굴을 보는 것도 너무 좋다.
아이의 웃음소리,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 웃으며 나눈 소소한 대화들. 이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들은 나중에 떠올리면 애틋한 마음으로 다시 안고 싶은 기억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다. 이런 순간이 우리 가족들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언제 꺼내보아도 미소 짓게 만드는 소중한 기억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