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아이
아침에 수지 등원하러 나가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들렀는데 경비아저씨가 계셨다.
나는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고 경비아저씨도 나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주셨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려고 하는데, 수지가 날 따라오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더니 "경비아저씨한테 인사할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배꼽손을 하고 90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경비아저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수지의 깍듯한 인사에 경비아저씨는 매우 좋아하시며 수지에게 "안녕~" 하고 인사해 주 섰다.
나는 이 상황에 깜짝 놀랐다. 수지가 경비아저씨께 인사를 한 게 처음이었다. 아니, 경비아저씨뿐만이 아니라 수지가 이웃 어른에게 인사를 먼저 한 게 처음이었다.
수지는 낯을 가리고 부끄럼을 많이 타서 이웃 어른들이 '이쁘다' 며 인사하고 말을 걸어도,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내 뒤로 숨기 바빴다. 이랬던 수지가 내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경비아저씨께 인사를 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다른 어른들이 말을 걸며 인사해 주면, 나는 수지에게 '수지야 인사해 볼까?'라는 말은 한 번씩 했지만, 굳이 강요하진 않았다. 아직 부끄럽고, 인사할 용기가 없는 아이에게 억지로 인사를 시키는 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부끄러워하면 그런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크게 간섭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이것도 때가 있겠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아마 스스로 인사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만, 평소에 가끔 놀이처럼 인사연습을 했다.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수지가 인사놀이를 하다 보면 인사가 조금 더 자연스럽고 편해지지 않을까 해서. 인사놀이를 할 때 수지는 무척 재밌어했다.
내가 경비아저씨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어, 수지 안녕~"이라고 하면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깔깔 웃으면서 나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이렇게 인사놀이도 몇 번 하다가, 최근에는 안 했다.
그런데 이 날 아침에 수지가 경비아저씨에게 먼저 인사하는 걸 보고, '수지가 그동안 마음으로 수없이 혼자 연습을 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기특하고 고마웠다.
나는 이쁘게 인사한 수지를 많이 칭찬했다.
"수지야! 경비아저씨한테 인사를 했어?! 너무너무 잘했어~! 수지 인사하는 거 이제 안 부끄러워? 용기가 났어?"
"아니, 부끄러워."
"아~ 부끄러워도 인사한 거야? 수지 너무너무 대단해~ 인사하는 건 좋은 거야! 우리 수지 칭찬합니다~!"
수지는 내 칭찬에 조금 쑥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경비아저씨가 수지가 인사하니까 엄마가 인사할 때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하니 기분이 좋은지 까르르 거리며 웃었다.
난생처음 인사를 해본 수지는, 그동안 넘지 못한 '인사'라는 벽을 넘고 무언가 성취한 듯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뿌듯하고 기뻤다.
인사를 했다는 것 자체보다 수지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한 발짝 넘어갔다는 것이 너무 대견했다. 인사하는 게 부끄러워 늘 뒤로 숨던 아이가 이제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오고 있다.
수지는 오늘 아침에도 등원 길에 경비아저씨가 있는지 찾았다. 아쉽게도 오늘은 안 계셨지만, 수지는 이제 경비아저씨에게 인사 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다.
아이는 하나씩 하나씩 자신 앞에 있는 벽을 넘어가고 있다. 한 발짝 한 발짝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의 때에 맞게 피어나는 꽃처럼 그렇게 자신의 꽃을 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