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업고 등원하는 남편의 마음

지금이 아니면 나중엔 못 업을지도 몰라

by 행복수집가

어느 날 하루는 아침에 수지가 발이 아프다고 했다.

가끔 한 번씩 다리나 팔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성장통이지 않나 싶다.


이 날 아침은 유독 발이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해서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난 일단 출근 준비를 해야 해서 수지를 세심하게 보진 못했다.


그런데 마침 이 날이 남편 쉬는 날이어서, 남편이 수지의 발을 챙겨주었다. 남편은 "수지 발이 아파? 아빠가 주물러줄게."라고 말하고 수지의 발을 계속 주물러 주었다.


아빠가 발을 주물러주니 수지는 발 아프단 말을 하지 않았고 괜찮은 듯 보였다. 그런데 등원시간이 다 돼서 나가려고 하니 수지가 또 발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남편은 "그럼 오늘은 아빠가 업어서 등원시켜 줄게"라고 했다. 수지는 아빠가 업어준다는 말에 그럼 다행이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 밖을 나와서 남편은 수지를 정말 등에 업었다.

수지는 아빠 등에 신나게 업혔다. 아빠 등보다 더 든든한 게 있을까. 수지는 이제 아빠 등을 다 가릴 정도로 많이 컸지만, 그래도 업혀 있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아기 같았다.


수지를 업고 가는 남편의 뒷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뒷모습에서도 웃고 있는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아빠 등에 업힌 수지도 행복해 보였다.


나는 수지에게 "아빠가 업어줘서 좋겠네" 라고 말하며 같이 걸었다. 그리고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나중에는 업고 싶어도, 수지가 업히지 않으려고 할 거야. 지금 아니면 나중엔 못 업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많이 업어야 해."


이 말을 하는 남편에게서 '아이를 업을 수 있는 지금'에 무척 행복을 느끼는 게 보였다. 나도 그 말에 너무나 공감했고 남편이 느끼는 행복을 나도 같이 느꼈다.




육아를 하면서 모든 것엔 때가 있다는 것을 깊이 알아간다. 내가 조급해한다고 그때가 빨리 오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있는다고 그때가 늦게 오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원함과 상관없이 자기의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그 모든 과정을 지나간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앞으로 다시는 보지 못할 아이의 모습이 있다. 지금처럼 이렇게 아빠 등에 업히는 것도 그런 모습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나중엔 못 볼 수도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다.


나중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면 벌써 그리워지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대해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은 이 순간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발이 아프다는 수지를 거뜬히 업고 가는 남편도 이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나중엔 못 업을지도 모른다는. 내 아이를 업을 수 있는 게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




우리 부부는 종종 이런 대화를 한다.


지금은 수지가 우리를 많이 찾고, 엄마 아빠랑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해서 우리 개인시간보다는 수지에게 들이는 시간이 더 많지만, 이 시기도 곧 지나간다고. 나중엔 우리가 수지랑 같이 있고 싶어 해도 수지가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자기 할 일이 바빠서 우리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거라고.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고.


수지가 지금처럼 엄마 아빠만 찾는 시기는 금방 지나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 시간'을 간절히 찾지 않아도, 알아서 자연스럽게 '내 시간'이 내 앞에 넉넉하게 와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 시간을 편하게 못 가지는 것에 대해 푸념하고 싶지 않다. 아이로 인해 내 시간이 뺏긴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로 인해 얻는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한다.

아이가 아니었으면 얻지 못했을 행복과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한다.


지금은 내 개인시간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소중함의 순간을 실컷 누리고 싶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우리 세 식구 함께 온전히 누리고 싶다.


언제나 한 번뿐인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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