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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 사이를 지켜주는 대화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

by 행복수집가

하루는 남편이 평일 오전에 산책을 하자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다.


회사에는 오전 3시간 외출 신청을 했다. 아침에 아이 등원을 시키고, 우리는 바로 산책 데이트를 나섰다.

남편이 얼마 전 혼자 산책을 갔다가 너무 좋은 곳을 발견했다고 했는데 거길 나와 같이 가고 싶어 했다. 나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남편을 따라나섰다.


모두가 출근하고 등교한 오전 9시 이후의 동네 거리는 한산했다. 그리고 이 시간에 남편 팔짱을 끼고 한산한 거리를 걷고 있다는 게 왠지 더 즐겁고 좋았다.


남편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남편은 올해 나이가 40인데(만 38세), 자가기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80을 평균 수명이라고 보면 절반을 살아온 셈이다. 30대까지만 해도 잘 실감하지 못한 세월의 흐름에 대해 뭔가 더 깊이 실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보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감하며, 이렇게 말했다.


“맞아. 매일 너무 소중해.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너무 소중해! 오늘이 매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이 하루가 더 소중해져. 참 좋다 이런 마음이. “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함께 있는 그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소중함을 온 마음으로 감각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걷다 보니, 남편이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던 산책길이 나왔다. 이곳을 보자마자 ‘세상에, 이런 풍경이!’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온통 싱그러운 초록으로 물든 풀과 나무들 주위로 햇살처럼 눈부신 노란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꼭 제주의 오름 같았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놀랍고 반가웠다.


내가 너무 이쁘다고 좋아하니, 남편도 좋아했다. 좋아하는 날 보며 ‘좋아할 줄 알았어 ‘ 하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가 감탄하며 풍경 사진을 찍고 있으니, 남편이 우리도 사진을 찍자고 했다. 우리는 이 멋진 배경으로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같이 찍기도 하고 서로의 독사진을 찍어주며 꼭 여행지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이 순간을 즐겼다.


그렇게 꽃, 바람, 하늘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경치를 음미했다. 남편과 이 풍경을 같이 바라보고 걷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본 것보다 더 좋았던 건, 남편과 쉬지 않고 나눈 대화였다. 우리 둘만 있다 보니 평소에 아이랑 같이 있을 때 나누지 못한 여러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아이랑 집에 있을 땐 아무래도 둘만 대화를 나눌 여유가 많지 않다. 잡안일도 있고, 아이도 챙겨야 하고, 집에서도 이런저런 할 일들이 많아서 둘이 얼굴 마주 보고 오랜 시간 이야기할 여유가 많지 않다.


그런데 둘이 같이 산책을 하다 보니 그동안 쌓아둔 이야기들이 넘치게 흘러나왔다. 평소에 다 못한 이야기를 몰아서 하는 느낌이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대화를 실컷 나누는 게 정말 좋았다.


우리 부부에게 이런 시간이 너무나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리는 언덕길 산책을 하고 나서는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아침 공복에 산책하고 먹는 커피와 케이크는 무척 시원하고 달콤했다.

카페에서도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같이 있는 내내 대화를 나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남편이 경청해 주고, 내 말을 듣고 떠오른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 줬다. 남편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 나도 잘 듣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별거 아닌 주제들도 주고받는 대화를 하다 보니 대화가 더 깊어지고 풍성해졌다.


좋은 사람과 나누는 좋은 대화는 마음에 활력과 기쁨을 준다. 남편과의 대화가 그랬다.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해 주고받아주다 보니 마음이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계속 대화가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 날, 남편과의 데이트가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걸 먹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냥 행복 그 자체였다. 행복이 아닌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충만한 행복을 느꼈다.


남편과 가끔 이렇게 데이트를 할 때마다 둘만의 이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낀다. 우리도 벌써 결혼 7년 차가 되었고, 서로 너무 익숙하고 편해졌다. 이런 편안한 익숙함 또한 사랑이고, 그만큼 우리 사이가 더 단단해지고 가까워진 것일 것이다.


하지만 편하다고 해서 거기에 머무르며, 우리 관계에 어떤 새로움도 없이 가만히 있으면 자칫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평소와 비슷한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둘만의 새로운 시간은 꼭 가지려고 한다.


육아를 하면서 각자 개인시간을 가지고 휴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부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걸 먹는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우리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부부니까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부사이에도 여전히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연애할 때보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좋은 부부 관계 유지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인 것 같다.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을 열고 하는 대화보다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 날 데이트를 하며 남편과 한 뼘 더 가까워진 마음의 거리를 느꼈다. 참 행복했다. 이제 다음 데이트는 언제 하면 좋을지 달력을 훑어본다. 조만간 또 둘만의 데이트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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