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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외치는 남편의 비빔국수

by 행복수집가

며칠 전 남편이 쉬는 평일날이었다. 이 날 남편이 점심에 비빔국수를 해줄 테니, 집에 와서 같이 먹자고 했다.


난 평소에 점심으로 도시락을 챙겨 간다. 그런데 이 날 남편이 점심을 만들어 준다고 하니 하루 도시락을 안 챙기는 것도 좋았고, 남편이 해준 비빔국수를 먹을 생각에 괜히 마음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점심 약속을 하고 난 출근을 했다. 이날 따라 점심시간이 더 간절히 기다려졌다. 점심시간이 이토록 기다려지기는 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점심시간이 됐고, 난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갔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은 국수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면을 삶고 이것저것 준비 하느라 요리에 집중한 남편을 보니 귀엽고 흐뭇했다.


남편은 이제 거의 다 됐다며 나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난 남편에게 천천히 하라고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평소 식사준비는 거의 내가 해서 보통은 내가 주방에 서 있고 음식을 다 차리고 나서야 앉았는데, 이 날은 내가 남편의 요리를 기다리며 먼저 앉아 있으니, 조금 낯설면서도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좋았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남편은 꼭 한 번씩 이렇게 별미를 해준다. 이것 또한 남편의 사랑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주하게 준비하던 남편은 다 됐다며 한가득 면이 쌓인 양푼이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내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주었다. 처음에 담아준 양이 너무 많아서 내가 다시 덜어 낼 정도로 무척 많았다.

그리고 남편이 잘게 썬 상추와 양파도 그릇에 가득 담아줬는데, 이걸 쫑쫑 썰었을 남편을 생각하니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나에게 담아주고 난 뒤에야, 남편은 자기 그릇에 면과 야채를 담았다. 남편의 그릇에도 국수가 넘칠 정도로 담겼다.


그다음엔 마지막으로 비빔국수의 하이라이트인 비법소스를 가득 뿌렸다. 하얀 국수가 빨간색으로 이쁘게 물들었다. 무척 맛있어 보였다.


그리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입 먹었다. 역시 맛있었다! 처음엔 소스가 좀 부족한 것 같아, 우리는 소스를 한 번 더 가득 뿌렸다. 그랬더니 정말 맛있었다.


새콤달콤하면서 조금 매운 기운이 도는 비빔국수의 맛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남편이 해준 맛있는 국수를 같이 먹고 있으니 더없이 좋았다.


정말 행복한 점심이었다.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 건 언제나 행복이다.


국수를 다 먹고 나니, 남편이 다음에는 메밀면을 해준다고 했다. 난 너무 좋다고 했다. 여름에 메밀면,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남편이 메밀면을 해준다는 말을 듣는 순간 사랑을 느꼈다. 지금 비빔국수를 먹으면서 다음에 메밀면을 만들어 줄 생각을 하는 남편이라니, 넘치게 사랑받는 기분이었다.


상대방에게 요리를 해주겠다는 말은 따뜻하고 애정 어린 마음에서만 할 수 있는 말 같다. 요리는 절대 쉽지 않다. 정성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준다는 것은 사랑과 정성을 표현하는 소중한 마음이다. 그래서 남편이 다음에 또 요리를 해주겠다는 그 말이, 내 마음에 따스한 사랑으로 닿았다.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말로 하는 애정표현은 무척 낯간지러워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남편은 쉬는 날에 꼭 한 번씩 나와 함께 먹을 요리를 만들어 준다. 남편이 날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행동에서 느낀다.


쉬는 날, 그냥 편하게 쉬지 않고 요리를 해준다는 것은 귀찮다고 여기면 절대 못하는 거다. 요리에 들이는 본인의 시간이 아깝다 여기면 못하는 거다. 그런데 남편은 쉬는 날의 소중한 몇 시간을 기꺼이 요리하는 것에 쓴다. 나랑 같이 먹으려고. 이 마음이 너무 소중하다.


남편은 굳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런 행동들로 충분히 마음을 전한다. 마치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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